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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미혼모 가정…2개월 미숙아 치료도 못받고 숨져

출생신고 안 하고 고시텔 투숙, 심장 약했으나 제때 치료 못해

  • 국제신문
  •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
  •  |  입력 : 2018-06-08 20:47:15
  •  |  본지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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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2만4000여 명 이르는데
- 선거서 관련 공약 찾기 힘들어
- 친부에게 양육비 징수 청원도

태어난 지 두 달된 영아가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다가 고시텔에서 쓸쓸하게 숨졌다. 성긴 복지망 틈새에 놓인 미혼모 가정이 맞닥뜨린 비극이다.

지난 7일 오전 10시께 부산 수영구의 한 고시텔에서 B 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B 양을 발견한 건 엄마인 J 씨였다.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J 씨는 약 두 달 전 전남의 한 공공병원에서 B 양을 낳았다. 이후 아이의 친부와 헤어졌으며 이후에도 연락하지 않았다. J 씨는 SNS를 통해 K 씨를 알게 됐고 이후 부산으로 이사와 고시텔에서 함께 살았다.

B 양은 여자 신생아 몸무게 평균인 3.3㎏에 크게 못 미치는 2.4㎏ 미숙아로 태어났다.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해 치료를 받아야 했으나 아무런 치료를 받지 못했다. 최초 시신 검안 당시 굶주린 상태서 숨진 것으로 추정했으나 부검 결과 심장 이상이 악화된 것이 원인으로 나타났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의 박영미 고문은 “임신부터 출산에 이르기까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미혼모 특성상 자녀들의 건강이 나쁜 경우가 많다”며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J 씨와 B 양은 부산에 살았지만 주민센터 복지체계상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미혼모 가정이었다. 이들 가족이 살던 방은 보증금 3만 원 월세 26만 원으로 손바닥만 한 창문으로 햇빛을 겨우 볼 수 있는 곳이었다. 팔을 벌리면 양쪽 벽에 손이 닿는 방(6.6㎡)에서 3명이 생활했다. B 양의 출생신고는 물론 J 씨와 친부 사이에 혼인신고조차 돼 있지 않았다.

2015년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전국에 미혼모는 2만4000여 명에 이른다. 지방선거에서 이들 미혼모를 위한 공약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미혼모를 위한 ‘히트앤드런 방지법’ 제정 청원 글이 올라와 21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히트앤드런 법은 정부가 양육비를 우선 지급한 뒤 친부에게 징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친부에게서 양육비를 받지 못해 미혼모가 어려움을 겪는 것을 막기 위한 법이다. 청와대는 대책을 마련한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법 제정은 요원한 상태다.
B 양이 고시텔에 살았던 사실을 두고 기초단체의 복지사각지대 발굴이 더욱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시텔 여관 모텔에 장기 투숙하는 이들은 대부분 주민등록을 현주소에 하지 않는다. 수영구 관계자는 “숙박업소에 장기간 거주하는 사람의 사정을 조사할 때 사생활 침해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어 조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는 이번 사건을 두고 “그동안 청년 정책은 주로 일자리 제공 중심의 정책이었다. 이는 진정으로 청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청년이 일할 산업을 위한 정책이다. 취업률과 출산율을 강조하는 정책이 아니라 부산의 청년자살률과 주거빈곤율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청년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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