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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게 떠난 이들, 그 마지막 길의 배웅

단절된 사회가 낳은 직업 ‘고독사 수습’ 특수청소업

  • 국제신문
  •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
  •  |  입력 : 2018-06-01 22:20:54
  •  |  본지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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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사현장 고인 유품정리부터
- 악취제거·살균까지 뒤처리
- 향 피워 넋 달래기로 마무리

- 부산서도 전문업체 등장
- 일본은 5000여 곳 성업 중

부산지역의 고독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1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발생한 고독사만 51건에 이른다. 우리 사회가 점차 ‘무연(無緣)사회’로 치닫는 사실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가족끼리는 물론 이웃과도 인연을 끊은 채 홀로 살아가다 숨진 뒤 며칠 지나서야 발견된 고독사. 고독사는 말 그대로 외로운 죽음이며 그 뒷수습조차 처량하다.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고독사 뒤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유품정리 전문 업체까지 생겨났다.

지난달 31일 고독사 수습 특수청소업체가 부산 서동 변사 현장에서 청소 작업을 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숨진 지 여러 날이 지난 뒤에 발견되는 시신은 가족의 돌봄 속에서 숨졌을 때보다 상태가 나쁘다. 부패가 심하고 주거 환경도 대부분 불결하다. 종전까지는 청소전문업체가 ‘특수청소’라며 변사 현장을 처리했다. 그러나 피와 체액 등이 벽지와 타일 틈새로 스며든 현장의 흔적은 일반적인 청소로는 지우기 어렵다. 유품 정리 전문 특수청소업체 ‘솔리튜드119’는 고독사 현장 처리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지역에서 문을 열었다. 솔리튜드119의 정연홍 공동대표는 베테랑 형사팀장 출신이다. 경찰 재직 당시 고독사 현장이 아무렇게나 치워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퇴직 후 업체를 차렸다. 정 대표는 “고독사한 시신은 연고가 없어도 지자체 등에서 처리할 수 있다”며 “그러나 시신이 발견된 현장은 사정이 다르다. 당장 눈에 보이는 부분만 치우는 등 방치되기 십상이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1일 부산 금정구 서동 2층 주택. 지난달 28일 시신으로 발견된 김모(46) 씨가 살던 곳이다. 경찰은 알코올 중독 등에 따른 합병증으로 병사한 것으로 보이는 김 씨가 숨진 지 10일 만에 발견된 것으로 추산했다. 1층 김 씨의 집 현관문에 붙은 집주인의 편지를 보면 김 씨는 발견 2주 전부터 연락이 되지 않았다. 생전에 저장 강박을 앓은 것으로 보이는 김 씨의 집 안은 온갖 잡동사니와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시신이 발견된 안방의 한쪽엔 휴지가 산처럼 쌓였다. 부엌에는 달걀 껍데기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대야에는 이불 빨래가 담겨 있었다.

오전 9시께 살충과 살균을 위해 약재를 뿌리고 30분 뒤 청소가 시작됐다. 방 4칸에 가득 든 쓰레기를 봉투에 담고 가구를 들어낸 뒤 고압증기를 이용한 청소가 이어졌다. 마지막 살균 처리까지 마친 후 고인이 편히 잠들기를 기원하며 향을 피워 청소를 마무리했다.

사진은 변사자가 생전에 먹고 남긴 달걀 껍데기.
솔리튜드119의 공동대표인 권경도(26) 씨는 대학교 재학 중 유품정리업의 필요성을 깨닫고 일에 뛰어들었다. 그는 “고독사 발생을 당장 막을 수 없다면 고인이 떠난 자리를 잘 정리해 드리는 것도 필요하다”며 “지자체가 살아생전 국가가 돌보지 못한 분의 떠난 자리를 치우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홀몸노인 등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이런 일을 하는 업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다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에서는 유품정리업체가 5000여 곳에 달한다.

최근에는 세입자가 돌연 고독사할 것에 대비해 집주인이 고독사 보험에 가입하는 실정이다. 꾸준히 증가하는 고독사 발생을 줄일 수 없다면 고인의 마지막 뒤처리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경대 김은정(행정학과) 교수는 “부산은 특히 고독사와 관련해 지방정부 차원의 대비가 시급하다”며 “사망 이후 처리 문제에 관해 기초자치단체가 예산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조례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민간업체들과 연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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