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경전철 뒤늦게 발견, 조치

- 교통공사는 아예 신고도 안 해

- 화재 땐 제 기능 못해 관리 도마

부산의 한 40대 남성이 도시철도에 비치된 소방호스 관창(사진)만 골라 절도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를 관리해야 할 관리당국은 수개월 동안 관창이 없어진 것을 모르다 뒤늦게 신고하는 등 안일하게 대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28일 도시철도에서 소방시설물을 훔친 혐의(절도)로 A(40)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 씨는 지난달 24일 낮 12시17분 부산김해경전철 봉황역에서 소화전 안에 있던 소방호스 관창 2개를 돌려 빼가는 수법으로 지난해 3월 초부터 지난달 25일까지 부산도시철도와 경전철 21개 역에서 27회에 걸쳐 관창 44개(시가 88만 원)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A 씨는 소화전의 경우 화재 시 사용을 위해 문을 잠그지 않는 점을 노리고 승강장에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범행을 저질렀다. 관창은 고물상에서 개당 2만 원에 유통돼 훔치기 쉬우면서도 짭짤한 이득을 취할 수 있어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실제로 A 씨는 이를 고물상에 팔아 생활비 등에 썼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부산김해경전철은 처음 사건이 있은 지 약 5개월이 지나서야 이를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11월 말 경전철 장신대역에서 범행을 저질렀지만 경전철 측은 지난 4월 안전점검에서야 범행을 인지했다. 그동안 A 씨는 10번의 범죄를 더 저질렀다.

부산교통공사는 아예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교통공사가 관리하는 부산도시철도에서는 지난해 3월 초 범내골역을 시작으로 총 11회나 관창이 사라졌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한두 개씩 없어져 누가 훔쳐간다고 생각했지만 평소에도 간혹 없어지는 경우가 있어 따로 신고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관창이 화재 발생 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관창은 소방호스에서 물이 정확히 분사되도록 압력을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 때문에 만약 역사 내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자칫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었다. 부산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관창이 없으면 압력을 조절하지 못해 물이 제멋대로 분사돼 목표 지점에 정확히 물을 뿌릴 수 없다”며 “도시철도는 유동인구가 많아 특히 중요한 만큼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김해경전철 관계자는 “평소 순찰하지만 소화전 안까지 열어 보지는 않는다”며 “사건 발생 후에는 소화전을 열어 직접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