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ｍ 간격 등 공식적 기준없어
- 선거법 위반 행위 중 가장 많아
- 모호·추상적 규정에 위법 불안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이 명함을 잘못 돌렸다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선거법상 예비후보 외의 사람은 후보자와 함께 다니며 명함을 줘야 하는데 그 기준이 애매해 후보자들 사이에 비상이 걸렸다.

부산 북구선거관리위원회는 23일 북구 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A 예비후보의 선거 관계자 B 씨에게 ‘공직선거법 준수 촉구’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B 씨는 지난달 11일 오전 만덕동 한 사거리 건너편에서 A 후보와 떨어져 명함을 배포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 공직선거법상 예비후보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예비후보와 함께 다니는 선거사무장·선거사무원, 예비후보자가 그와 함께 다니는 사람 중 지정한 1명은 예비후보자의 명함을 시민에게 줄 수 있다. 이 중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은 예비후보와 떨어져 명함을 돌릴 수 있지만 그 외 선거 관련자는 예비후보와 함께 다니면서 배포하는 것만 가능하다. B 씨는 A 후보의 선거 관련자임에도 후보자와 떨어져 배포하다 선관위에 적발됐다.

지난 7일에는 북구 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C 예비후보 측 선거 관계인들도 C 후보와 수차례 떨어져 명함을 돌리다 선관위에게 선거법 준수 촉구 조치를 받았다.

명함으로 인한 선거법 위반은 지방선거의 단골 소재다. 부산시선관위의 통계를 보면 인쇄물 관련 위반은 3회(2002년) 선거 당시 169건, 4회 82건, 5회 84건, 6회 43건, 7회(지난 21일 기준) 10건으로 선거법위반 행위 중 가장 많았다. 특히 명함 배포의 경우 법이 애매해 후보자들 위반이 곧잘 일어난다. 선거 관계인이 예비후보자와 ‘함께’ 다니면서 배포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떨어져야 ‘함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공식적으로 몇 ｍ라고 정해져 있지는 않다.

선관위는 판례를 통해 선거법 위반이 의심되는 사례들에 대해 조치하고 있다. 판례에서는 통상 의견교환이 즉시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이거나 객관적으로 예비후보와 동행 중임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등의 동일성이 있을 때를 ‘함께’의 범위로 본다. 예비후보들은 추상적인 규정에 노심초사한다. 북구 정기수 구의원은 “명함을 돌릴 때 선거 관계자가 시야 밖으로 벗어날까 봐 굉장히 신경 쓰인다”며 “차라리 확실한 규정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에서는 누가 봐도 후보자와 멀리 떨어져 명함을 배포할 때만 조치한다”며 “법이 추상적일 수 있는 만큼 후보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 지방선거 선거법 위반 조치행위   위반 행위 인쇄물 관련 기부행위  등 기타 시설물 관련 3회 169 107 52 49 4회 82 77 66 50 5회 84 32 25 19 6회 43 40 37 35 7회 15 10 7 6 ※자료 : 부산시 선관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