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구 소극적 대응이 불법 부추겨

부산 일본영사관 앞이 다시 갈등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

22일 오전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주변에 ‘부산은 일본을 사랑한다’는 내용 등이 적힌 불법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서정빈 기자

22일 밤 노동자상 설치에 반대하는 보수단체가 소녀상 인근에 불법 현수막을 기습 설치했다. 지난해 소녀상을 설치한 후 진행된 일과 비슷한 것으로 담당 지자체인 동구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동부경찰서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0시30분 진실국민단체가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주변에 현수막을 설치했다. 노동자상 관련 현수막 위와 동구에서 설치한 CCTV 등에 빨간색 스프레이로 ‘노동자상 철거해’ ‘한국 납북자 구출하라’ ‘busan love japan’ ‘드루킹’이라고 적힌 4개를 걸었다.

이 단체는 지난해 소녀상이 설치됐을 때도 이와 비슷한 행동을 벌였다. 소녀상 설치에 반대하며 소녀상에 자전거를 묶어두거나, 주위에 소파와 목재 등 폐가구를 버리고 박정희 전 대통령 흉상을 설치했다. 이 같은 행동으로 소녀상 설치 단체인 부산겨레하나 측과 줄곧 마찰을 빚어왔다.

이번에도 최근 노동자상이 설치된 데 따른 항의의 표시로 설치했다고 경찰은 분석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처럼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될 우려가 있다.

동구의 소극적인 대처가 갈등을 유발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진실국민단체는 자기가 설치한 현수막처럼 겨레하나 측 현수막도 불법인 만큼 동구가 모두 철거해야 한다는 의도로 이 같은 행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소녀상 인근에 설치된 겨레하나 측 현수막은 10개가 넘는다.

동구는 현수막을 제거하면 겨레하나 측의 반발을 우려해 철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진실국민단체는 동구가 겨레하나 측 눈치를 보고 불법을 용인하는 것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 자기도 같은 방법을 쓴 것이다. 결국 동구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동구 관계자는 “양측 현수막이 모두 불법인 것은 맞다”며 “상황을 지켜보고 현수막을 철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