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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변호사 사무실도 성폭력 ‘심각’

법조계 근무자 2200명 대상

  • 국제신문
  •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
  •  |  입력 : 2018-05-08 00:00:40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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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회, 전국 최초 실태조사
- 변호사 55% “피해 경험 있다”
- 가해자 38%가 지시권 가진 ‘갑’
- 성폭력신고센터 설치해 대응

성희롱·성추행 피해자를 도와야 할 법무법인이나 변호사 사무실이 정작 직장 내 성범죄가 발생해도 제대로 피해자를 구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변호사 업계에 성범죄 공식 구제·신고 기구가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산변호사회는 전국 최초로 변호사회 소속 법률사무소, 법무법인에 근무 중인 변호사, 사무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를 벌였다고 7일 밝혔다. 변호사회는 지난 3월 28일부터 4월 6일까지 변호사 791명, 직원 14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총 27건의 성희롱·성추행 피해와 목격 사례가 접수됐다.

법무법인과 변호사 사무실 내 성범죄도 여타 직종처럼 업무상 위력에 의한 방식으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법률사무소 한 사무장이 강제로 껴안고 기습 키스를 했다는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피해자는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여직원 A 씨. 이 사무장은 지난해 12월 두 번에 걸쳐 근무 중에 A 씨를 뒤에서 강제로 껴안았고 사내 휴게실까지 따라와 기습 입맞춤까지 시도했다. A 씨는 ‘성희롱·성추행 피해를 신고하자 되레 사무실에서 권고사직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년의 남성 변호사가 여성 변호사를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자주 한다는 신고도 잇달았다.

신고된 피해 사례에 대해 변호사회는 직접 구제에 나섰다. 먼저, A 씨에게는 ‘미투(MeToo) 법률지원단’의 지원을 약속했다. 또 변호사의 성희롱 사례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가해자로 지목된 변호사는 성희롱 사실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변호사회는 밝혔다.

부산변호사회는 직장 내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변호사회 인권위원회 산하 ‘성폭력신고센터’를 설치한다. 그간 법조계 내에선 공식 구제·신고기구가 없어 직장 내 성범죄가 발생하면 개인적으로 형사 고발하거나 퇴사했다. 부산변호사회 정희원 변호사는 “좁은 업계 특성상 성범죄를 문제 삼으려면 일을 관둬야 하는 각오까지 필요했다”며 “이에 성폭력을 당했을 때 신고할 수 있는 공식 성폭력 신고센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부산변호사회는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성 평등 교육도 하기로 했다. 변호사 사무실 대부분이 소규모 인적 자원으로 구성된 탓에 의무적으로 성 평등 교육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한편 이번 실태조사에서 성범죄 피해자 모두 여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 중 55.5%는 변호사, 40.7%가 사무직원이었다. 반면 가해자의 38.5%가 고용주로 대부분 업무상 지시·감독권을 가진 자였다. 성범죄 발생 장소로 회식과 접대 등을 하는 근무 관련 자리(45.4%)가 1위로 꼽혔고 근무시간에 발생했다는 응답도 36.3%에 달했다. 피해자 70%가 ‘성희롱·성폭력을 거부하면 고용, 업무상 불이익을 받을 것 같다’고 답했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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