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1일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로 6명의 노동자가 귀중한 생명을 잃었다.

사고 1주기를 맞아 마창 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주최로 지난 30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살아남은 자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여실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모(여·56) 씨는 “화장실에 갔다가 내 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모두 봤다. 목소리도 안 나오고 무어라 말할 수 없었다. 한동안 귀에서 이명이 들리고 잠도 못 잤다. 도시에 살다가 견딜 수 없어 산으로 이사 갔는데 지금도 잠을 자기 어렵고 뉴스는 아예 안 본다”고 말하고는 눈물을 흘렸다.

사고 현장에 있었던 김모(39) 씨도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아직 귓전을 맴돌고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린다는 것을 느낀다. 견디다 못해 5살 쌍둥이 아이에게 자꾸 화를 내니 아이들이 무섭고 싫다고 멀리한다”고 털어놨다.

마창 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은 사고 1주기를 맞아 지난해 사고를 기록하고 노동자들의 아픔을 씻어주기 위해 피해 노동자 구술기록 활동을 펼친다.

또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는 이와 함께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다단계 하청을 없애는 입법 추진 ▷중대 재해 트라우마 대책 마련 ▷중대 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작업중지명령 기간 하청 노동자 휴업수당의 원청 지급의무 법제화 등 4가지 요구안을 제시하고 이를 적극 추진키로 했다.

대책위는 “당시 현장에서 1464명이 일했지만 트라우마에 따른 산재 승인 노동자는 부상자 중 5명, 사고 목격자 중 7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