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화재 사고에는 똑같은 문제점이 되풀이된다. 도로의 ‘불법주차’로 인해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화를 키운다는 것이다. 국제신문 영상팀은 해운대소방서 중동 119안전센터의 도움을 얻어 소방통로 확보 훈련에 참가했다.

	이면도로 양쪽 불법 주·정차로 소방차가 멈춰있는 상황. 사이렌이 울리자 운전자가 나와 황급히 차를 빼고 있다. 사진=김채호 기자

지난 25일 오후 2시10분께 중동 119안전센터의 소방 펌프차에 올랐다. 이번 훈련은 불법 주·정차가 심한 지역의 단속과 소방통로 확보를 위한 사전 조치다. 소방차가 관할 구역인 오산마을에 들어서자 불법 주차된 차량들로 좁아진 도로가 나타났다. 차폭 2.3m 펌프차는 불법주차 차량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통과했다. 하지만 잠시 움직이던 소방차는 정차할 수밖에 없었다. 노희균(48·펌프차 운전 담당)주임은 “도로 양쪽에 불법 주차를 하니까 소방차의 크기로는 지나갈 수 없다”며 “화재 상황에 이런 일이 생기면 아찔하다”고 했다. 사이렌 소리에 뛰어나온 남성은 소방차를 보더니 고개를 숙이며 주차된 차를 이동시켰다. 

이날 30분가량 지속된 훈련은 끝이 났다. 하지만 화재에 대한 시민들의 대비는 부족해 보였다. 이면도로에 불법주차들은 많았고 화재가 발생하면 물을 공급하는 소방전에도 차가 서있었다. 화재 현장에서 선두에 서는 ‘방수장’인 김태현(48) 소방관은 “화재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진다”며 “3~4분 내 도착하면 1분 내에도 불은 끌 수 있다”고 했다. 화재의 골든타임은 화재현장을 진압하는 5분 이내를 말한다. 그 이후가 되면 연소 확산 속도가 급격히 증가해 불을 키울 수 있다. 김 소방관은 “시민들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화재에 대한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렇게 주차를 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그래도 소방의 의무는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게 첫 번째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6월 27일부터 소방기본법(49조 2 신설)이 개정된다. 화재시 소방차의 진입로를 막는 불법 주정차 차량들을 훼손 우려와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이동·제거할 수 있다. 도로교통법상 주정차 금지 장소에 있는 차량들은 이동 과정에서 파손돼도 손실 보상을 받지 못한다. 김채호 기자 chaeh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