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책위 “대기 측정기 설치해야”
- 공장 “방음시설 확충 등 노력”
“봄에는 창문 좀 활짝 열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요. 퀴퀴하고 역한 화학약품 냄새를 자꾸 맡으면 머리가 아프거든요.”
26일 오후 부산 사하구 구평초등학교 앞에서 하교 중인 학생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이들은 학교에서 직선거리로 100ｍ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YK스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공장 굴뚝에서는 하얀 증기가 뿜어져 나왔고, 땅을 울리는 “쿵”하는 굉음도 전달됐다. 주민은 “굴삭기가 고철을 긁어모을 때 이런 소리가 난다”고 말했다.
사하구 구평동 주민이 철강공장인 YK스틸에서 야기되는 유독가스와 소음 때문에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의 요구에 의해 환경부가 지난해 4월 환경조사를 벌인 결과 YK스틸에서 나온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은 ㎥당 227.66PPM이었다. 이는 환경부 기준치(200PPM)을 초과한 수치였다.
소음도 67㏈로 공업지역 기준치 55㏈을 훨씬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통상 철강공장에서 고철 예열 등의 공정에서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SOx)을 비롯한 악취 유발 물질을 대거 만들어낸다고 지적한다. 특히 질소산화물은 초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힌다.
이곳의 악취는 최근 5년 새 아파트 단지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갈등의 불씨를 낳았다. 현재 YK스틸 반경 500ｍ 안에는 6개의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다. 3개 아파트는 1990년대까지 들어선 아파트지만 나머지 3곳은 2013년 이후 신축돼 입주가 시작됐다. 이 때문에 2013년 6615명(1월 기준)에 불과했던 인구는 올해 1만1573명으로 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어린 아이를 키우는 30, 40대 젊은 층 인구가 크게 늘었다.
참다못한 구평동 주민은 지난해 6월 비상대책위를 꾸려 사하구를 압박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러자 최근 ‘대기감시단’을 꾸려 이틀에 한 번꼴로 오염도를 체감하는 모니터링을 벌이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당장 공장 가동을 멈출 수 없다면 정부와 지자체가 상시 모니터링 체계부터 갖춰야 한다. 시간대별 오염도와 소음치가 객관적으로 측정돼야 주민들의 피해를 막을 방법을 찾을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YK스틸 관계자는 “구의 환경개선 점검으로 16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방음시설 확충공사를 벌이는 등 회사도 노력하고 있음을 주민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지자체가 문제점을 지적하면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악취 소음 피해는 오래전 예견됐으나 사하구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YK스틸의 전신인 한보철강은 1990년대 중반 부산에서 당진으로 이전을 계획했지만, 1997년 부도가 났다. 공장 이전 계획이 확정됐을 당시 이곳은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된 뒤 계속 택지로 유지됐다. 이후 공장이 재가동 됐지만 택지를 인수받은 LH가 사하구에서 건축허가를 받고 아파트 공사를 벌였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사하구 구평동 연도별 인구 |
연도 |
인구 |
2013년 |
6615명 |
2014년 |
7478명 |
2015년 |
7384명 |
2016년 |
7244명 |
2017년 |
9414명 |
2018년 |
1만1583명 |
※ 2013~2017년은 1월 기준, 2018년은 4월 현재
※자료 : 부산 사하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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