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한 의사표현의 장 아쉬워”

미투 운동(#MeToo, 나도 당했다)을 지지하며 대학가에 붙은 대자보가 찢기고 뜯기는 수난을 겪고 있다.

지난 19일 부산대학교 내에 부착된 미투 고백을 지지하는 대자보가 찢긴 채(사진) 발견됐다. 해당 대자보는 같은 날 오전에 붙었는데, 몇 시간 만에 찢겨나갔다. 이에 곧장 찢긴 대자보 자리에 ‘열등감 있는 남자들이 (대자보를) 뜯더라’는 포스트잇이 붙으며 훼손을 비난했다. 이 대자보는 다시 붙여졌으나, 또 한 번 누군가에게 찢겼다. 인문대에 부착된 대자보는 완전히 뜯긴 상태로 휴지통에서 발견됐다.

성범죄를 폭로하는 미투 운동이 잇따르자 대학가에 익명의 학생, 대학원생들이 위드유(#WITH YOU) 운동의 일환으로 대학가 곳곳에 대자보와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운동에 반대하는 뜻으로 대자보를 찢거나 뜯고 있다. 대자보를 부착하거나 훼손한 주체는 알려지지 않았다. 문제는 대자보가 붙으면 여학생을, 대자보가 뜯기면 남학생을 비난하는 형태로 논의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부산대 커뮤니티에서 ‘여학우 예닐곱이 대자보를 붙이고 자랑스러운 듯 웃으며 떠들더라’는 글을 올리면서 논쟁이 일기도 했다.

비단 대학에서만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건 아니다. 최근 부산지역 한 고등학교에서도 또래 남학생의 성희롱 발언을 문제 삼은 미투 고백에 학교 내 화장실에 이를 지지하는 포스트잇이 붙었다. 이를 두고 남학생으로 추정되는 글쓴이가 이를 비난하는 글을 SNS에 올렸고 학교 측에서 이를 떼면서 또 한 번 논란이 일었다.

전문가들은 대자보 부착과 훼손 모두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평가했지만 논쟁 방향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산대 김영(사회학) 교수는 “대자보를 붙이고 찢는 것은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건강한 표현 방식”이라며 “현재 논의가 ‘신고 안 하고 붙인 대자보는 모두 불법’이라며 절차적 정의에 함몰돼 아쉽다. 대자보를 붙일 수밖에 없던 사회 구조를 논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자보를 훼손하는 행위는 재물손괴 혐의로 처벌될 수 있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