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운전했습니다. 사고를 낸 것도 나라고요.”

음주운전 바꿔치기를 한 산악회원의 ‘잘못된 의리’가 경찰에 의해 들통났다.

22일 부산 기장경찰서에 따르면 부산의 A 산악회장 B(50) 씨는 지난 19일 산악회원 3명과 함께 기장멸치축제를 찾았다. 이날 B 씨는 산악회 총무 C(여·50) 씨를 제외한 회원 두 명과 함께 멸치회를 안주 삼아 술을 마셨다. 회원들은 B 씨의 아반떼 승용차에 올라 귀갓길에 올랐다. 술이 거나하게 취한 B 씨가 운전대를 잡았다.

문제의 사고는 이날 밤 9시40분 일어났다. 기장군 기장읍 대변로(편도 2차로) 1차로를 연화리에서 대변삼거리 방향으로 달리던 승용차는 갑자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2차선에 주차돼 있던 소렌토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뒷좌석에 타고 있던 C 씨는 사고 후 바깥으로 나와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앞쪽 운전석에 가서 앉고, 운전대를 잡았던 B 씨는 눈치를 보다 뒷좌석에 들어가서 앉았다.

음주운전 바꿔치기를 한 이들은 경찰서에 와서도 거짓말을 계속했다. 사고 경위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계속해서 추궁했지만, C 씨는 “내가 범인은닉죄로 처벌받아도 좋다. 그런데 진짜 내가 운전했다”며 완강하게 주장했다. 경찰은 혹시 몰라 B 씨의 혈중알코올농도(0.137%)를 확인해 1차 조사를 마치고, 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보험 처리도 C 씨 명의의 보험으로 처리됐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범행이 들통났다. 경찰이 혹시나 몰라 근처 아파트 CCTV를 확보해 분석했는데, 운전석을 바꿔치기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B 씨를 음주운전 혐의로, C 씨를 범인은닉도피와 보험사기 혐의로 전환해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