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 “수거함 설치해야” 요구

- 강서구 “지속적 계도” 뒷짐만

부산 최대 섬인 가덕도가 훌륭한 자연환경과 근대 역사유적 등을 기반으로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버린 쓰레기가 곳곳에 널브러지면서 ‘쓰레기섬’이라는 오명을 안게 될 처지에 놓였다.

20일 오후 가덕도 대항 새바지 몽돌해수욕장 일대. 테트라포드와 갯바위 등에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듯한 낚시도구부터 각종 술병과 생활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해안에서 떠밀려 온 해양쓰레기까지 더해지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인근 새바지 인공동굴 쪽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관광객들이 아무렇게나 버리고 간 쓰레기는 곳곳에 흔적을 남겼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현수막이 주변에 붙어 있지만 소용없었다.

피해는 주민과 상인들의 몫이다. 해변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정인숙(50) 씨는 “주말이면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도로와 바위 쪽으로 몰려 더욱 심각하다”며 “바다 풍경을 느긋하게 즐기려는 관광객이 카페를 찾는데 쓰레기 때문에 경관을 망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가덕도 일대에 진행된 여러 사업으로 관광객이 늘면서 발생한 부작용이다. 현재 외양포에는 과거 일본군 포진지 등을 둘러보는 다크투어리즘을 비롯해 대항 어촌체험마을 등이 운영되고 있다. 어촌체험마을은 지난해 8만9640명이 찾는 등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달 중순에는 천성항 일원에 해양낚시터를 조성해 가족단위 관광객들을 끌어 모을 계획이다.

바다가 보이는 경치를 장점으로 젊은 층을 겨냥한 카페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2010년 처음으로 카페가 문을 연 이래 2014년 9개, 현재 18곳으로 늘었다.

관광객이 늘면서 쓰레기 증가 문제가 예상됐지만 강서구는 이미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는 소극적인 대처만 하고 있다. 주변에 쓰레기통이 없다 보니 관광객 다수가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다. 강서구는 공공근로와 환경정비인원 등 10여 명을 투입해 이렇게 발생한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일주일에 치우는 양만 수십 ｔ에 이른다. 관광객 최모(54) 씨는 “바람 쐬러 왔는데 주변을 둘러봐도 쓰레기통이 없어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릴 때가 있다”며 “관광객이 늘면 자연히 쓰레기도 늘 텐데 최소한 분리수거함이라도 있으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강서구는 지속적인 계도를 통해 쓰레기 발생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강서구 관계자는 “분리수거함을 설치하면 생활쓰레기 등 무단투기가 심해질 우려가 있다”며 “자신이 가져온 쓰레기를 되가져가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생기도록 계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