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남성과 고의로 신체 접촉을 시도한 뒤 “성폭행을 당했다”고 상습적으로 허위 신고한 30대 여성이 무고죄로 처벌받았다. 이 여성의 남편은 아내가 성매매나 외도를 한 사실을 알고도 상대 남성들에게 돈을 뜯어내는 데 협력했다. 그러나 이혼 후에는 남편도 아내의 허위 신고에 희생양이 됐다.

부산지법 형사5단독 정영훈 부장판사는 무고, 공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여·31) 씨에게 징역 1년 2월에 집행유예 2년, 같은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전 남편 B(29) 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A 씨에게 보호관찰, B 씨에게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범죄사실을 보면 A 씨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성폭행을 당했다”는 등의 허위 신고로 남성 9명을 무고했다. A 씨는 2015년 4월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된 남성과 술을 마신 후 모텔로 갔다. 모텔에서 A 씨는 남성에게 “내 가방에서 담배를 찾아달라”고 하고는 하의를 벗고 침대에 누웠다. 남성은 성폭행 오해를 받을까 두려워 모텔을 떠났다. 그러나 A 씨는 경찰에 “술에 취해 잠든 틈에 하의를 벗겨 추행하고, 가방에서 현금을 훔쳐갔다”고 남성을 신고했다. 또, 남성과 ‘조건만남’을 가진 후 약속보다 적은 돈을 받자 경찰에 성폭행을 당한 것 같다고 신고하는 등 비슷한 수법으로 총 6명의 남성을 허위로 신고했다.

남편 B 씨는 아내의 이런 행동을 알고도 말리기는커녕 세 차례에 걸쳐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허위 신고로 받아낸 합의금을 생활비로 사용했다. 합의금을 뜯긴 피해자 중에는 경찰관도 있었다. A 씨는 2016년 9월 채팅으로 알게 된 C 씨를 만나 술을 마시고 헤어진 뒤 전화를 걸어 “왜 싫다는데 억지로 허벅지를 만졌느냐”고 따지며 통화 내용을 녹음했다. C 씨가 “억지로 만지지 않았다”고 부인하자 A 씨 부부는 경찰에 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경찰관이었던 C 씨가 전전긍긍하는 것을 눈치 챈 A 씨 부부는 C 씨로부터 900여만 원을 뜯어냈다.

그러나 둘의 관계가 멀어지자 A 씨는 남편을 허위 사실로 신고하기도 했다. 부부가 협의이혼 절차를 밟고 있던 지난해 4월 A 씨는 경찰에 “1년 전 남편이 고의로 뜨거운 라면을 내 손에 엎질렀다. 이 때문에 화상을 입고 손가락이 괴사돼 절단했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사실은 손목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경이 무딘 상태였던 A 씨가 뜨거운 라면 그릇을 오래 들고 있다가 화상을 입은 것이었다.

재판부는 “A 씨가 허위 고소한 범죄는 피무고자가 형사처벌을 받으면 사회적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큰 강제추행, 강간죄여서 무고의 죄질이 무겁다. 다만 A 씨가 범행을 자백하고, 피무고인이 실제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점, A 씨가 출산을 앞두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