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발달 등록 1만2787명
- 스무 살 이상 전체의 73.2%
- 졸업 뒤 갈 곳 마땅치 않고
- 직업재활시설 턱없이 부족
- 돌봄비용·고통 모두 가족 몫
- “복지 사각지대 국가가 도와야”

A(여·56·부산 금정구) 씨의 두 아들은 모두 발달장애인이다. 큰아들 B(25) 씨는 2급, 작은아들 C(21) 씨는 1급이다. 지난해까지는 그럭저럭 지낼 만했다. 큰아들은 중증이지만 자기표현을 할 수 있어 재활시설에서 직업 훈련을 하고, 작은아들은 특수학교에서 돌봐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월 C 씨가 특수학교를 졸업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C 씨가 최중증이라 맡길 만한 곳을 찾기 어려웠다. A 씨가 사는 부산 금정구에는 성인 발달장애인을 받아주는 곳은 금정장애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시설과 사설 주간보호시설뿐이었다. 그러나 복지관은 입소 전 사회성 검사에서 점수가 미달해 탈락했고, 사설 시설은 나가는 사람이 없어 오랫동안 대기했다. A 씨는 수소문 끝에 남구의 한 시설에 자리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작은아들을 맡겼다. 하지만 그 시설은 C 씨의 과잉행동으로 보호에 난색을 보였고, 거리도 멀어 결국 집에서 아들을 돌보고 있다. A 씨는 과거 중등교사였고,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있다. 일할 곳은 있지만, 작은아들을 돌봐야 해 취업은 포기했다. A 씨는 “2·3급 발달장애인은 갈 곳이 상대적으로 많다. 최중증 1급 발달장애인은 갈 곳이 없다. 국가에서 맡아주지 않으면 가족이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성인 발달장애인들이 19일 부산 금정구 이룸 장애인 주간보호센터에서 작업능력훈련의 하나인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다. 김종진 기자

20일이 ‘장애인의날’이지만 성인 발달장애인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자체와 민간단체의 주간보호시설이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데다 장애 정도가 심한 중증 장애인은 보호하기를 꺼려 맡길 곳이 없다고 가족은 하소연했다.

부산시는 19일 부산에 등록된 발달장애인은 1만2787명(지난해 12월 말 기준)이라고 밝혔다. 2007년 8790명보다 45%가 늘었다. 발달장애는 다른 장애처럼 1~6급으로 구분된 것이 아닌 1~3급뿐이다. 그만큼 장애 정도가 심하다. 소위 중증으로 분류하는 2급 이상은 7801명으로 전체의 61%를 차지한다. 이들은 인지 문제나 도전적 행동 표출로 평생 돌봄이 필요하다. 그나마 미성년자는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이나 특수학교에서 돌봐주지만, 성인은 보호할 곳이 마땅히 없다. 학령기 이후 성인 돌봄 인프라가 부족해 가족의 부담이 커진다. 부산의 경우 성인 발달장애인은 9370명으로, 전체 발달 장애인의 73.2%를 차지한다.

부산 내 주간보호시설 56곳에서 수용하는 발달장애인 인원은 654명이고, 직업재활시설 39곳도 617명을 수용할 뿐이다. 성인 발달장애인 전체의 13.6%에 불과하다. 나머진 가족의 몫이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은 이마저도 가기 힘들다. 과잉반응이나 공격 성향을 보이면 시설에서도 “맡을 수 없다”며 거부한다. 이렇게 되면 개인이 가정에서 자녀를 돌보거나, 맞벌이 부부는 월 100만 원가량을 들여 개인 활동 보조인을 고용하는 수밖에 없다. 발달장애 1급 아들(29)을 두고 있는 D(여·55·사상구) 씨는 시설에서 아들을 돌보려고 하지 않아 개인 활동 보조인을 고용했다. D 씨는 “조명가게를 운영해 아들을 맡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정부에서 매월 112시간짜리 활동 보조 쿠폰을 주지만 나머지 130만 원은 사비로 충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