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인 도의회서 반대집회
- 일각선 보수성향 단체 압력 주장

학생들에게 노동의 가치와 중요성을 교육하자는 내용의 ‘경상남도교육청 학생 노동인권 교육 조례안’이 경남도의회 본회의 상정도 못하고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됐다.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10일 학생 노동인권 교육 조례안의 심의와 토론을 거친 뒤 본회의 상정 여부를 놓고 표결 끝에 재석 의원 7명 중 4명이 반대해 부결됐다. 노동 관련 사무는 국가 소관이며 조례 내용이 중앙정부의 정책과 겹친다는 것이 반대의 주요 이유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수 성향의 기독교, 교육 단체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 교육위가 열리기 전 보수 성향 기독교, 교육 단체 회원들이 도의회 앞에서 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 단체들은 반대 의견을 도의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 조례안은 김지수(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동료 의원 11명이 발의자로 서명했다. 학생들이 노동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권리와 의무에 관련된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도록 해 노동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교육감이 학생 노동인권 교육 기본계획을 4년마다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하고 노동인권 교육 표준 교안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하도록 했다. 핵심은 고교생에게 학생 노동인권 교육을 학년당 1시간 실시한다는 것이다.

교육위의 심의 과정에서 대표발의한 김 의원과 일부 의원은 설전을 벌였다. 조례 발의자로 서명한 박준(자유한국당·창원 4) 의원은 “조례안을 검토하지 않고 발의자로 서명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며 “5명의 의원이 발의 철회 신청서를 제출했음에도 심의까지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유감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생인권 조례와 학생 노동인권 조례의 차이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한 뒤 “노동 사무는 국가 사무이기 때문에 도교육청에서 실시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의원은 “조례 이름 때문에 청소년 인권조례와 학생 노동인권 조례가 혼동되는 것 같다”며 “일부에서 좌 편향적 단체에 교육 위탁을 하고 동성애 등을 조장한다는 주장도 제기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실제 학생인권 조례는 도교육청이 지난해 제정 추진을 발표한 뒤 진보·보수 단체의 찬반 논쟁이 격렬하게 진행 중이다.

조례안 발의에 서명한 하선영(김해 5·무소속) 의원은 “(조례안과 관련해) 문자 폭탄과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노동인권 교육은 꼭 필요한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