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계약자 모집공고 신설기준
- 현 업체에 유리한 항목 추가
- 제안요청서 ‘셀프작성’ 의혹도

국내 최대 규모의 업무시설인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새 관리업체 선정을 위한 평가 항목에 현 업체에 유리한 요소가 신설돼 BIFC 관리단과 관리업체가 서로 짜고 입찰공고를 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BIFC 관리단은 11일 건물을 통합 관리하는 업무 및 판매시설 통합관리용역 계약자를 공개 모집 중이라고 밝혔다. 공모와 관련한 공고는 지난 9일 BIFC 홈페이지 등에 게시됐다. 입찰을 희망하는 업체는 오는 16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사이 입찰 참가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관리단은 BIFC에 있는 한국거래소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입주기관을 대표하는 관리위원 15명으로 이뤄진다. 2014년 4월 A 사와 부산지역의 B사가 함께한 A 컨소시엄이 처음 계약자로 선정됐다.

BIFC는 건물 전체 면적 19만7800㎡로 국내 최대 규모의 업무 및 판매시설이다. 대표적인 업무시설인 서울 여의도의 63빌딩(16만 ㎡)보다 더 크다. 수십억 원에 이르는 관리계약으로 직접 벌어들이는 수익과 건물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납품 계약까지 시설물관리업체에게는 꼭 관리해보고 싶은 건물로 손꼽힌다. 첫 계약 규모는 1년에 67억 원이었으며 이번에는 84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황금알을 낳는 BIFC 위탁공고를 둘러싸고 짬짜미 의혹이 불거졌다. A 사가 새로운 위탁계약 입찰공고를 준비하는 데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A 사에 유리한 평가 기준을 삽입해 경쟁업체를 따돌리려 했다는 정황을 국제신문 취재진이 파악했다. 본지가 입수한 A 사의 공고 전 내부 문건과 지난 9일 BIFC 관리단이 발표한 입찰공고 중 계량평가 부분이 정확히 일치한다.

입찰업체의 시설물 이행실적 항목의 변화가 결정적이다. 2014년에는 계량평가 총점 20점 중 이행실적 항목은 ‘초고층빌딩 실적’(3점)과 ‘수행(유사 규모)실적’(4점)이었다. 올해 공고의 경우 ‘집합건물관리인 선임 실적’(2점) 항목이 추가됐다. 이 항목은 최근 3년 이내 구분 소유자가 10인 이상인 집합건물 중 업무시설 및 판매시설의 관리인을 했으면 2점을 받는다. 50층 이상 또는 높이 200ｍ 이상 업무시설 중 BIFC와 같은 구분 소유자가 10인이 넘는 집합건물은 드물다. 이 때문에 BIFC를 관리해본 A 사에만 유리한 항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A 컨소시엄의 계약에 밝은 관계자는 “BIFC가 만들어야 하는 제안요청서를 A 사에서 만든 것이다. 수능을 직접 출제한 사람이 문제를 푸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초고층 빌딩은 주로 재벌 계열사가 관리를 맡는다. 이런 대기업은 평가 항목의 대부분을 만족한다. 따라서 신설된 평가 항목 2점은 큰 점수에 해당한다. 앞서 2014년 입찰에서도 최종 평가는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BIFC 관리단 관계자는 “제안요청서는 관리단에서 준비했으며 입찰업체가 미리 만드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구분 소유자가 많은 BIFC의 특성을 반영해 새 기준을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김봉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