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다음 주 2차 합동감식

부산 동래구 모 아파트 화재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 4명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애초 아버지와 세 아들이 반듯하게 누워 숨진 채 발견돼 다른 원인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일부서 제기됐다. 부검 결과가 이렇게 나오면서 사망 원인은 질식사로 수렴되고 있다.

부산 동래경찰서는 동래구 수안동 한 아파트의 화재 현장에서 숨진 일가족 4명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일산화탄소에 의한 중독사로 추정된다고 30일 밝혔다. 시신 4구의 부검은 이날 오전 9시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연구소에서 시작됐다. 동래경찰서 관계자는 “국과수의 부검 결과 코, 기도와 폐에 그을음이 발견되는 등 전형적인 화재사로 보인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박 씨 등 시신 4구의 혈액에서 검출된 일산화탄소의 농도도 통상 화재로 숨진 시신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보통 화재로 숨진 사망자의 혈액에서는 일산화탄소 농도가 60~70%인데 이번 화재로 숨진 4명의 혈액 내 일산화탄소 농도가 75%에 달했다. 국과수는 이들의 사망 시점도 화재가 발생한 오전 5시39분 이후라고 추정했다. 다시 말해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는 살아있었다는 뜻이다.

부검 결과 시신의 위 내용물에서도 약물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 화상 외에 다른 외부 손상도 없었다. 즉 약물이나 외부 압박에 의해 숨졌을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약물 복용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약물 감정 결과는 10일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은 화재 현장 주변의 CCTV를 정밀 분석한 결과 외부 침입 등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애초 일각에서는 일반적인 화재로 인한 사망의 유형과 달라 여러 가지 의문점을 제기했다. 시신이 놓인 상태를 보면 시신 4구가 큰방에 모두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보통 화재가 발생하면 사람은 출구를 찾아 움직인다. 따라서 시신의 위치를 보면 대부분 문을 향해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최초 화재가 발생한 지점을 시신 4구가 발견된 큰방 입구 주변이라고 잠정 결론지었다. 경찰 관계자는 “큰방 입구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부검 결과와 함께 화재 현장에서 수거한 탄화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이를 면밀하게 분석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발표할 계획이다. 경찰은 다음 주 중으로 국과수 등 관련 기관과 2차 합동 정밀감식를 벌일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 원인을 섣불리 속단할 수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번 화재 사건을 수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