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출 흔적 없고 발화점도 미궁
- 소식 듣고 달려온 엄마 실신
- 세 아이 다녔던 학교도 침통
- 경찰, 부검 통해 사망원인 조사

아파트 화재로 아버지와 세 아들 등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친정에 간 어머니는 비보를 듣고 실신했다.

	29일 일가족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동래구 아파트 화재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정밀 감식을 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부산 동래경찰서는 29일 오전 5시39분 동래구 수안동 모 아파트에서 불이 나 아버지 박모(45) 씨와 아들 3형제(13, 11, 8세)가 숨졌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큰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씨와 큰아들은 바닥에서, 작은아들 2명은 침대에서 각각 발견됐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이날 오후 2시께 경찰과 부산시소방안전본부 등은 화재현장에서 합동 정밀감식을 했다. 합동 감식에는 경찰 소방안전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력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이 참여했다. 감식팀은 구체적인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에 대해 판단을 유보했다. 경찰은 애초 화재가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큰방 입구 거실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30일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힐 계획이다. 동래경찰서 관계자는 “탄화물 분석과 부검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 등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3형제가 다녔거나 다니고 있는 인근 초등학교에서는 이날 적막감이 흘렀다. 맏아들은 인근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중학교로 진학했다. 쉬는 시간을 알리는 벨이 울렸는데도 복도는 조용했다. 오전 9시께 담임 교사가 수업을 시작하기 전 이들의 소식을 전하고 10초간 묵념을 하자 학급은 눈물바다가 됐다. 둘째 아들과 같은 반 친구인 한 학생은 “장난을 많이 치는 재밌는 친구였다. 그런 친구가 없어서 그런지 너무 조용해 빈자리가 이상하게 느껴진다”고 울먹였다. 집무실에서 고개를 떨군 채 한참 말을 아끼던 교감은 “학교 인근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기에 ‘우리 학교 학생은 아니겠지’ 빌면서 출근했다. 가슴이 미어진다. 어린아이들의 마음에 상처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전날 집을 비웠다가 비보를 접한 어머니는 집 앞에서 오열했다. 어머니는 친정어머니를 붙잡고 “내가 어떻게 키운 아이들인데. 난 이제 어떻게 사느냐”며 울부짖었다. 어머니는 사고 충격으로 울다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진료를 받은 후 빈소로 자리를 옮겼다. 비통한 분위기의 빈소에서 절규는 끊이지 않았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