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 소송 길어져 흐지부지

교육청이 특별 활동비를 부당하게 받아 챙긴 유치원을 상대로 환급 조치를 내렸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급이 지연되면 해당 유치원이 재산을 빼돌리거나 환급 대상자를 확인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보완할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교육청은 23일 유치원 감사 과정에서 부당하게 징수한 비용이 확인되면 환급 조치를 내린다고 밝혔다. 특성화 교육비나 방과후수업비를 유치원 회계에 편입하지 않고 별도 통장으로 받아 개인 용도로 사용하다가 적발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이달 초 시교육청은 부산의 A유치원 설립자가 9개월 동안 받은 특성화 교육비와 교재비 1245만 원을 대출금과 이자 상환에 사용한 것을 확인하고 환급 명령을 내렸다.

앞서 지난해에는 6개 유치원을 운영하며 학부모로부터 특성화 프로그램비 31억여 원을 부당 징수한 B원장에게 이를 환급하라는 행정처분이 내려지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도 C유치원의 원장 가족이 운영하는 학원의 학원비를 원비에 포함시키는 방법으로 3년 동안 4억여 원을 부당하게 징수한 것이 확인돼 환급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 같은 처분에도 실제 환급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위의 사례 역시 처분을 내린 지 길게는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환급은 요원하다.

이처럼 진행이 더딘 것은 우선 환급이 원장 개인 고발 사건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부당 징수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이 확인되면 원장도 사기나 횡령 혐의 등으로 고발된다. 해당 유치원 대부분은 그 처분 결과를 보고 환급에 나서는 것이다. B원장처럼 고발 건과 별도로 행정처분에 취소소송을 제기하면 환급 기간은 더 길어진다. C유치원 역시 지난해 부당징수가 적발됐지만 아직도 원장 수사가 진행 중이다. 시교육청 남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행정처분에 따라 바로 환급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금액이 수천, 수억 원이면 환급이 제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환급하지 않으면 교육청은 유아교육법에 따라 정원 감축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에도 제재 조건인 ‘정당한 사유’를 놓고 유치원과 교육청의 의견이 엇갈리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실제로 B원장은 교육지원청의 정원 감축 조처에 반발해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시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관련 부서와 협의해 여러 행정적인 제재를 가할 순 있으나 실제로 환급까지는 오래 걸린다. 부당하게 챙긴 비용은 제대로 돌려줄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준비중이다”고 말했다.

하송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