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교육청·기상청 협약
- 전국 첫 재난방송체계 구축
- 지진 감지 즉시 정보 전달
- 재난문자 없이도 대응 가능
- 시, 올해 학교 전체에 설치

“뚜뚜뚜~”

지진을 알리는 경보음이 울리자 수업을 하던 학생들이 일제히 긴장했다. 이어 “부산 남남서쪽 50㎞ 지역에서 규모 5.2 지진이 발생했으니 안전에 유의하기 바랍니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면서 학생들은 의자 뒤편에 있던 방재두건을 머리에 쓰고 책상 밑으로 숨었다.

	원격재난방송에 따른 지진대피 훈련에 참가한 학생들이 19일 오전 부산 북구 금창초등학교에서 방재모자를 쓴 채 대피훈련을 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실제 지진이 발생한 듯 학생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방송 지시에 따라 한 손으로는 머리를 보호하고 한 손으로는 책상다리를 잡으며 다음 상황을 기다렸다. 이어 “더 큰 지진이 올 수 있으니 책가방으로 머리를 보호한 후 대강당으로 대피하라”는 안내가 나오자 교사의 인솔 아래 안전하게 대피를 마무리했다.

이날 상황은 실제로 부산 인근에 지진이 발생했을 때를 가정하고 진행된 모의 훈련이었다. 시는 최근 우리나라에 지진이 잦고 그 규모 또한 커지면서 시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2억5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117개 학교에 원격재난방송장치를 설치했다.

기상청이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통해 P파와 S파의 움직임을 감지하면 즉각 시에 마련된 원클릭재난전파시스템으로 그 내용이 전파된다. 원클릭재난전파시스템에서는 학교와 버스정보안내소 등 각 매체에 맞게 재난 상황을 알리는 메시지가 자동으로 작성되고, 시 담당자는 한 번의 클릭으로 학교 등에 지진 정보와 대피 요령이 담긴 안내방송을 보내게 된다. 이 과정이 이날 북구 금창초에서 실전처럼 진행됐다.

그동안은 개인 휴대전화나 TV 방송 등을 통해 지진 상황이 전달돼 학교 내에서도 휴대전화가 없는 학생에게는 전달이 어려웠다. 시는 이러한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재난 감지 시 즉각적인 대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난해 4월 시교육청, 기상청과 공동업무협약을 하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재난전파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날 모의훈련에서 지진 경보음이 울린 후 학생이 모두 강당으로 대피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5분에 불과했다. 금창초 김예성(9) 군은 “지난번 지진이 났을 땐 너무 무서웠지만 이제 지진이 나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는 올해까지 지역 642개 모든 학교에 11억 원을 들여 재난전파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시스템 기능 또한 향후에는 일정한 규모 이상의 지진이 감지되면 시 담당자를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방송이 되도록 향상시키기로 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번에 구축된 시스템을 통해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모든 시민이 재난의 위험에서 안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