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여성단체 긴급토론회

- “작년 모 정당 부위원장이 

- 성노예 발언 등 도넘은 희롱” 

- 피해 여성들 증언 이어지고

-‘침묵은 끝났다’ 선언문 발표

# 여성 조각가도 SNS 폭로

- “지역 유명 교수, 22년 전

- 호텔로 이끌어 거부하니

- 자신과 일 안할거냐고 해”

미투 운동이 부산에도 휘몰아치고 있다. 100번 째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개최된 긴급토론회에서 4명의 여성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밝히며 미투 운동에 동참했고, 부산 미술계에서도 첫 미투 폭로가 나왔다.

부산 지역 여성단체 7곳으로 구성된 미투(#Me-too)운동본부대책위는 8일 오후 부산 금정구 금정예술공연지원센터에서 미투 긴급토론회 ‘당연한 걸 당당하게 말하다’를 개최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A 씨는 “2016년 당시 모 정당 문화예술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B 씨로부터 끊임없는 성희롱과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나는 B 씨가 쓴 여성주의적 논평을 적극 지지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글짓기 과제를 도와준다며 접근해 끊임 없이 희롱했고, 주의를 주자 ‘너를 좋아해서 한 말’이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A 씨가 주장한 B 씨의 언어 폭력은 ‘가슴을 만지고 싶다’ ‘너를 성 노예로 만들고 싶다’ ‘기구로 괴롭히고 싶다’ 등이었다. A 씨는 해당 정당에 도움을 청했지만 오히려 가해자를 감싸고 돌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정당 여성모임에 도움을 청했는데 가해자 진술만 듣고 대책회의가 개최됐다. 이 과정에서 ‘여성주의를 이용한다’ ‘감정 기복이 심하다’는 2차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모 방역회사 직원이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서 폭로했고, 익명을 요구한 여성도 자신이 부산 모 대학 학과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경험을 털어놨다. 이들은 모두 “존중받고 당당하고 싶다” “나 같은 피해자가 없었으면 좋겠다”며 용기를 낸 이유를 설명했다.

부산 미술계에도 첫 ‘미투’ 폭로가 나왔다. 부산 중견 조각가 C 씨가 22년 전인 1996년 부산 모 대학 교수로부터 당한 성폭력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세히 공개했다. 그는 “1996년 3D 디자인 관련 일로 D교수를 알게 되었다. 어느날 D의 동료 교수 전시 오픈식에서 술에 취한 D교수를 집까지 모셔드리라는 명을 그 동료 교수로부터 받게 되었다. C작가가 마지못해 택시를 태워 가던 중 광안리에서 D교수가 갑자기 내려 호텔로 들어갔다. C는 D가 취기에 실수로 들어온 줄 알고 나가겠다고 했으나 “왜? 내 밑에서 일 안 할거야?…싫으면 말고” 하면서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곧장 호텔을 뛰쳐나왔다가 D에게 돌아가 “똑바로 살아라”고 항의한 뒤 돌아갔다는 C 작가는 8년 후 만난 D 교수가 “이제 (8년 전 일을) 이해할 나이가 됐지”라고 말해 모멸감에 또 눈물을 흘렸다고 덧붙였다.

C 작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바닥에서 활동하려면 성상납을 하지 않고는 안 되는가 싶어 한동안 힘들었다. D 교수가 부산의 굵직굵직한 자리를 맡으며 잘 나갈 땐 ‘세상이 참 더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여성 작가가 교수 등 윗사람의 성폭력으로 힘들어 하는 일이 너무도 많다”고 전했다.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각종 행사도 줄을 이었다. 이날 부산지역 여성단체 11곳은 부산시의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부산여성선언문을 낭독했다. 여성 단체는 선언문에서 “여성이 침묵할 수 밖에 없었던 세상은 끝났다”며 연대와 승리를 다짐했다.  

박정민 박호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