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언어로 소통이 어려운 농아인(청각장애인)을 위해 지역 관광 명소의 지명을 수화로 풀어 설명하는 내용이 담긴 책자가 부산에서 처음 발간됐다.

한국농아인협회 부산광역시협회(이하 부산농아인협회)는 부산 관광명소의 지명을 수화로 표현하는 방법을 안내한 책자 ‘부산관광 놀러 오이소’를 발간했다고 28일 밝혔다. 책자는 부산장애인종합복지관 후원으로 2000만 원을 들여 1000권 제작됐다.

책자는 부산농아인협회의 지명 수화 연구위원회가 2015년부터 연구를 거쳐 만들었다. 위원회는 장년길 부산농아인협회장 등 실제 농인 5명으로 구성됐다. 통상 수화에서 지명 등 고유명사는 ‘ㅎ ㅐ ㅇ ㅜ ㄴ ㄷ ㅐ’처럼 손으로 단어의 자모음을 일일이 표현하는 ‘지화’를 통해 전달되는 탓에 표현이 번거롭고 각인되기도 어려웠다.

위원회는 기존 수화를 합성하거나 새 표현을 고안해 관광지명을 소개했다. ‘푸르다’와 ‘모래’의 수화를 연이어 표현해 청사포를 전달하거나, S자로 등이 굽은 지붕의 모양을 형상화해 영화의전당을 표현했다. 연구위원회는 관광지 55곳을 중앙, 서부, 동부 등 권역에 따라 묶었고, 권역별 교통편과 맛집도 함께 소개했다. 책자는 최근 부산 공공기관을 비롯해 전국의 농아인 학교 등 관련 기관에 배포됐다. 부산농아인협회 박영옥 수화정책팀장은 “책자가 관광 도시 부산을 방문하는 농인의 이해를 돕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