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예술감독의 성폭력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그의 공개사과 후에도 추가 폭로가 이어지며 충격과 의혹은 불어나고 있다. 또 다른 원로 연출가 오태석 씨의 성추행 논란까지 더해져 한국 연극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이번 사태는 각 분야 권력자에 의한 성폭력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널리 펴져있는지 보여주는 실례이다. 근본적 대책 마련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른바 ‘이윤택 성폭력’이 드러난 것은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검찰 내 성폭력 고발 덕분이다. 서 검사발 ‘미투(# Me Too·나도 당했다)’ 열풍은 최영미 시인의 고은 시인 고발로 이어지며 문화예술계로 확산됐고 급기야 연극계까지 번졌다. 그러나 최근 한 단원의 추가 폭로는 가해자 사과의 진정성마저 의심스럽게 한다. 이 단원에 따르면 이 씨와 극단 수뇌부가 지난 19일 공개사과에 앞서 마치 연극하듯이 예상 질문과 답변, 회견 시 표정 관리 리허설까지 했다는 것이다. 진정한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지역 연극계가 초토화된 것은 참담한 일이다. 부산에서 출발한 연희단거리패는 물론이고 극단 가마골, 가마골 소극장, 김해 도요창작스튜디오, 밀양연극촌 등이 모두 퇴출될 운명이다. 그러나 환부를 도려내지 않고 새 살을 얻을 수는 없다. 연극계와 문화예술계의 뼈를 깎는 자성과 노력이 요구된다. 한국연극인협회가 연극계 성폭력대책위 구성을 촉구하고, 문화예술계에서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위드유(# With You·당신과 함께)’ 운동이 시작된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자정 노력에만 맡겨 둬서는 안 된다. 국가 차원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특히 정부는 우월한 지위를 악용한 성폭력을 강력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전담기구 구성과 처벌 강화 요구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특히, 여성가족부는 보다 실효성 있는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감민진 가야초 교사
# 어린이 사설 쓰기
한 성인이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갈 때였습니다. 하루는 사람들의 뼈가 산처럼 쌓인 곳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런 재난이 닥쳐 많은 사람들이 죽은 곳이었습니다. 살아 있을 때 부귀영화를 누리던 사람, 고생하던 사람, 예쁜 사람, 미운 사람 등 갖가지 사람의 뼈가 모인 셈입니다.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삶이란 참 무상한 거로구나. 죽으면 누구나 뼈다귀만 남는데….” 그 때 성인은 제자들에게 물었습니다. “너희 중 누가 여기서 여자의 뼈를 가려낼 수 있겠느냐?” 모두 얼굴만 마주 보았습니다. 성인은 뼈 하나를 쳐들고 말했습니다.
“자, 여기 이 뼈는 여자의 것이다.” “선생님, 어찌 그것을 아십니까?” “여자의 삶을 생각해 보아라. 어려서는 여자이기 때문에 남자보다 늘 못한 대접을 받는다. 결혼하여 아기를 가지면, 온몸의 양분을 아기에게 주게 된다. 아기를 낳을 때 몸속의 피들을 아기를 위해 흘린다. 젖을 먹이며 또한 자기 몸의 일부는 주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여자의 살과 피뿐 아니라 뼈 속에 든 양분도 남아 있지 못한다. 쓰디쓴 여자의 삶은 그 뼈를 이토록 가볍고 또 검게 만들지 않느냐.”
제자들은 스승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기 어머니의 고난에 찬 삶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뜨거운 눈물을 흘렀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로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양성평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성과 관련한 사회적 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성으로부터 약자인 여성의 소중한 인격을 지킬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의 각종 성범죄, 성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써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