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전부터 보육까지 신경 써주니 가끔은 친정 엄마보다 낫다는 생각도 들어요.”

부산 기장군의 2016년 합계출산율은 1.696명이다. 출산력 수준을 비교하는 주요 지표로 이용되는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의 수를 말한다. 2016년 전국과 부산시 합계출산율은 각각 1.172명과 1.095명이었다. 기장 거주 가임기간 여성이 다른 지역 평균보다 자녀 수가 0.5명가량 많은 셈이다. 비결은 출산 전·후, 그리고 육아를 돕는 ‘친정엄마 프로젝트’다.

■ 미역 하나도 친정 엄마처럼

기장군의 육아 지원은 결혼과 동시에 시작된다. 군은 매년 6·9·11월에 군내 거주하는 신혼부부 10쌍을 대상으로 임신과 부모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교육하는 신혼부부 교실을 운영한다. 임신을 했다면 보건소나 의료기관 등에 임산부로 등록만 하면 주기별 맞춤 행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우선 임신 7~8주에는 기본혈액·소변·면역혈청 검사 등 임산부 초기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또 등록일로부터 임신 12주까지 엽산제를, 임신 16주부터 5개월 동안 철분제도 지원한다. 건강한 임산부뿐만 아리라 조기진통·분만 출혈·임신 중독 등 3대 고위험 임산부에 대한 관리도 진행한다.

산후 관리도 철저하다. 기장군은 2011년 ‘산후조리비용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 증진을 지원하고 있다. 분만 4주 이내에 분만 상태와 건강 이상을 확인하고, 유축기도 2주간 무료로 대여한다.

출산 가정에 건강관리사도 파견해 산모와 신생아의 양육도 돕는다. 국가에서 기준중위소득 80% 이하의 출산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군은 국가 지원 제외자 가운데 군내 거주 1년 이상이면 누구나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가사 지원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2016년 자체 사업을 통해 352명의 산모에게 1억5838만 원 상당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는 국가 사업 실적 547명(3억633만 원)의 절반 수준으로, 국가 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산모를 돕고 있다.

출산일 전 300일 이상 기장군에 계속 거주하는 산모에게 산후조리비용 50만 원을 지원하고, 기장 특산품인 5만 원 상당의 미역을 출산 축하 선물로 전달한다. 군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총 23억9928만 원의 군비를 들여 4509명에게 미역과 산후조리비용을 전달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연도별로 지원 대상도 크게 늘었다.  2015년 기장에는 1968명의 신생아가 태어났는데, 산후조리비용의 혜택을 받은 산모는 1272명으로 64%에 해당한다. 사업을 처음 시행한 2011년 399명 지원에 비해 크게 는 수치다.

단순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기장군 보건지소 관계자는 “매년 2, 3월에 수확해 태양광으로 자연건조한 기장 미역을 선물한다. 그래야 미역국을 끓였을 때 미역이 풀리지 않고 맛이 좋다”며 “미역 하나를 선정하는 데도 친정 엄마의 마음을 갖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할아버지 할머니도 육아 교육

출산만 돕는 건 절반만 돕는 것이다. 낮은 출산율을 반등시키기 위해서는 키우는 것도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도와야 한다. 기장군은 출산 후에도 모유수유 교실인 스마일맘 교실을 운영한다. 매년 4·6·9·11월 관내 출산부 15명을 대상으로 모유 수유의 장점, 유방 관리와 기저부 마사지, 올바른 수유자세와 젖물림, 알기 쉬운 단유 등을 교육한다.

할아버지·할머니도 교육 대상이다. 군은 매년 조부모 육아 교실을 운영한다. 관내 조부모와 예비 조부모에 신생아 관리교육, 정서·인지 발달 교육, 베이비 마사지 교육, 고부간 갈등 완화를 위한 교육 등을 교육한다.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은 전통육아 교실 ‘해피맘 스마일베이비 교실’이다. 매년 두 차례 10주씩 열리는 전통육아 교실은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육아법인 ‘도리도리, 곤지곤지, 지암지암(잼잼), 짝자쿵’ 등의 놀이로 아기를 어르는 방법을 교육한다. 이러한 놀이법은 아기의 운동기능과 뇌신경 발달을 돕고 소근육의 발달을 촉진한다. 또 엄마는 아기와 감정을 공유하게 되고, 아기는 놀이를 통해 안정감과 자존감을 가지고, 인지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

육아 교육을 접한 주민은 만족감을 표시했다. 전통육아 교실 참여자 김모(38·기장군 기장읍) 씨는 “기장군에는 백화점 등 문화센터가 없어 아이를 데리고 멀리까지 나가야 하는 불편함과 경제적 부담이 있었다. 그런데 보건소에서 좋은 강의를 무료로 운영해줘 만족스럽다”며 “아기와 충분히 공감하며 천천히 기다려 줄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아기와 정서적으로 더 가까워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주민 박모(36·기장군 정관읍) 씨는 “출산장려정책도 좋고, 임산부나 영유아를 위한 프로그램도 많아 상대적으로 의지가 많이 된다. 출산 준비교실부터 여러 교실에 참여하고 있는데 임신에서 육아까지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