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압자 입장서 재구성된 시간
- 24명 불과한 피해자 구술자료
- 첫 보고회 전문가 지적 잇따라
- 4월 최종발표 미루자는 주장도

부마민주항쟁의 진실을 밝힐 보고서가 부실하게 작성(국제신문 지난 20일 자 8면 보도)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부산에서 열린 첫 보고회에서는 자료 왜곡과 부실을 비판하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23일 오후 부산시의회 2층 대회의실에서 부마민주항쟁 진상조사 결과 보고회가 열리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이날 오후 부산시의회에서는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 및 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부마진상규명위) 주최로 ‘부마민주항쟁 진상조사 결과 보고회’가 열렸다. 전문가들은 보고서에 인용된 사료의 비판이 없는 점을 공통으로 지적했다. 차성환 민주주의사회연구소장은 “보고서에는 해병7연대가 1979년 10월18일 0시 포항에서 출발해 오전 6시55분 부산대에 주둔했다고 돼 있지만 당시 해병7연대 대대장이었던 이재돈은 17일 오후 6시께 출동명령을 받고 18일 새벽 2시께 부산대에 도착했다고 증언한다. 어느 것이 정확한지 알 수 없다”며 “이처럼 너무나 많은 자료가 비판 없이 인용되면서 근거가 부실하고 신뢰성도 잃었다”고 말했다.

편향된 조사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부산대 김선미(사학과) 강사는 보고서가 항쟁의 주체가 아닌 이를 진압하는 측 자료에 의존해 항쟁을 재구성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 강사는 “진압 측 자료에는 부마항쟁에 대한 이들의 인식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사료 비판을 전제로 제한적으로 사용돼야 한다. 보고서에 민주선언문의 제작 배포 행위가 ‘범죄사실’로 표현된 것은 시위를 범죄로 인식한 진압자 측 기록을 비판 없이 수용한 결과다”고 분석했다.

반면 항쟁 당사자들의 구술 자료는 거의 활용되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부마진상조사위가 이번 조사에서 인터뷰한 피해자는 24명에 불과하다. 김 강사는 “부마항쟁 구술은 부산지역 관련자 90여 명의 자료가 확보돼 있다. 구술은 당사자의 기록이란 점에서 구금 과정에서 작성된 ‘신문조서’와는 다른 독자적 가치를 지닌다”며 “당사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부마항쟁의 모습도 중요하다. 보고서가 수정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오는 4월로 예정된 보고서 최종 발표를 미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남대 정성기(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상당한 기간과 인력, 예산이 투입된 첫 종합 진상조사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부실하고 체계적이지 않다”며 “단시간 내 수정될 수 없는 만큼 4월로 예정된 최종 발표를 연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10·16부마항쟁연구소 정광민 이사장도 “잘못된 부분을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참담한 수준의 보고서”라며 “보고서 채택은 역사에 대한 모독이자 범죄 행위다. 채택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마진상규명위 구욱서 위원장은 “위원회는 진상 규명과 업무 추진에 최선을 다했다”며 “다음 달 초까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보고서를 보완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