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리기사 20%만 보상 언급
- 차주 수백만 원 덤터기 쓸 판

1만 개 안팎의 대리운전 업체가 난립하며 시장 규모가 성장했지만, 정작 대리운전 서비스 이용자는 대리기사가 낸 사고 탓에 수백만 원을 덤터기 쓰는 일이 부산에서 일어났다.

사업을 하는 김모(46) 씨는 지난 19일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용했다가 차가 망가지는 봉변을 당했다. 김 씨는 이날 밤 11시께 해운대에서 대리기사를 호출해 연산동 자택으로 향했다.

술에 취해 졸던 김 씨는 “기름이 떨어져 주유해야 한다”는 대리기사 A(62) 씨의 말에 신용카드를 건네줬다. A 씨는 남구 대연동 한 셀프 주유소에서 기름 5만 원어치를 넣었다.

그런데 이튿날 김 씨는 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을 알게 됐다. 정비소에 맡긴 뒤에야 김 씨는 혼유 사고가 일어났음을 깨달았다. 김 씨의 차는 지난해 11월 사들인 중고 BMW 510d로, 경유를 넣어야 하지만 대리기사 A 씨가 휘발유를 주유했던 것이다. 김 씨는 “주유 영수증에 ‘휘발유’라고 적힌 것을 확인하고 앞이 캄캄해졌다”고 말했다.

차 엔진 계통을 모두 교체하는 비용으로 청구된 것은 817만 원. 하지만 김 씨는 업체나 A 씨에게서 보상받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김 씨의 항의에 업체 측은 “보험 약관상 혼유 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며 대신 A 씨의 연락처를 김 씨에게 넘겼다. A 씨는 피해 금액의 20%를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연구원은 2016년 말 낸 보고서에서 국내 대리운전 업체가 8300여 곳이며 매출은 3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대리기사 수는 약 11만 명으로 2014년과 비교하면 26%가 늘어나는 등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김 씨가 이용한 대리운전 업체 또한 부산에서 5년 전 문을 연 업체다.

김 씨는 “업계는 성장하지만 위험과 책임은 이용자에게 전가한다. 업무상 발생한 사고인데 서비스 이용자가 책임지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