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청은 “관리 권한 없다” 미루고

- 한전은 민간사업자에 책임 전가

- 부산시 ‘공동주 관리 조례’ 시행

- 시가 직접 정비·관리 나서야

폐기물처리 차량의 적재물에 걸려 부산 금정구의 전신주 2개가 쓰러진 사고(국제신문 지난 20일 자 8면 보도)는 ‘축 처진 통신선’이 사고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인근 주민들은 그간 처진 통신선의 위험성을 수차례 제기해 왔지만 담당 구청과 한전은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경찰과 한전 등은 지난 19일 부산 금정구 부곡시장 사거리에서 전신주 2개가 22ｔ짜리 폐기물처리 차량의 적재물에 걸려 넘어진 사고는 축 처진 인터넷·유선방송용 통신선이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고 21일 밝혔다. 초고속 인터넷망, IPTV망, 지역방송 케이블 등이 경쟁적으로 늘어나 통신선이 무거워지면서 아래로 처졌다. 실제로 사고 발생 전신주에는 8개의 통신선이 이용되고 있었다. 

방송통신기술설비에 관한 규정 제11조에서는 통신선의 경우 지상에서 5ｍ 이상 높이에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쓰러진 전신주의 통신선은  4.7ｍ 이하로 처질 정도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인근 주민인 김태옥(47) 씨는 “통신사 난립으로 전깃줄이 두꺼워지더니 어느 순간 축 처져 있었다. 여름엔 열 때문에 전선이 더욱 늘어나는 것 같다”며 “처진 전선이 위험해 보여 구청에 항의했는데 관리 주체가 아니라면서 외면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담당 구청은 전신주를 세운 땅에 대한 점용료만 받고 전신주와 전선을 관리하지 않는다는 입장만 내세울 뿐 최소한의 개선 의지도 없었다.

한전도 책임을 미루기에 급급했다. 한전은 한 달에 한 번 부산시 전역의 전신주와 전선 등을 순시하지만 통신선에 대한 책임은 방송통신사업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통신선이 전선과 접촉했을 때만 방송통신사업자에 통신선을 고쳐달라고 요청한다”며 “애초 통신선 관리 주체는 방송통신사업자이기 때문에 시정됐는지도 확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자 부산시가 해결에 나섰다. 시는 지난달 26일 전국 최초로 시가 직접 공동주(전신주)를 관리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부산 전역에 대한 조처를 취하는데 8년이 걸릴 것으로 보여 한동안은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의회 이상갑(자유한국당·사상1) 의원은 “시가 초고속인터넷·IPTV 등 통신 공중선의 난립을 막아 사고도 예방하고 미관도 살릴 수 있길 바란다”며 “우선 위험성 있는 통신선부터 정비하는 등 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