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희 전 대통령 법 절차 없이

- 군대 사전 투입 지시 등 드러나

- 위원회에 우편향 인사들 포함

- 일부 기관 자료 제출 거부 등

-“사료 검증 부실·철학 빠진 조사”

- 부산단체 23일 대책 촉구키로

3년이 넘는 조사 끝에 부마민주항쟁의 진실을 밝힐 보고서가 완성됐다. 하지만 부산지역 민주화단체들은 총체적 부실 보고서에 가깝다고 반발하며 재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 및 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부마진상규명위)는 최근 ‘부마민주항쟁 진상조사보고서’ 작성을 완료했다고 19일 밝혔다. 2014년 10월 출범한 부마진상규명위는 뉴라이트 성향의 교수들이 위원회에 참여하면서 그동안 왜곡과 부실 조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번 보고서를 보면 일부 성과와 함께 전문가들이 줄곧 지적했던 한계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우선 박정희 전 대통령이 법적 절차를 생략하고 시위 현장과 진압 작전에 공수부대 투입을 지시한 것이 확인됐다. 박 전 대통령은 ‘하명 사항’ 문서(사진)를 통해 ‘군중을 타격해야 할 경우 초기에 철저히 하라’, ‘공수특전여단 1개 대대를 마산에 이동시켜 39사단장을 지원하라’는 등의 내용을 지시했다.

또 ▷부산과 마산에서 각각 비상계엄 선포와 병력출동 명령이 있기 전 이미 군이 출동해 시위 진압 ▷부마항쟁 배후로 북한과 야당 등을 연계시키기 위해 7가지 주요 사건을 선정해 수사 진행 ▷부산과 마산에서 시위를 벌인 인원이 기존 1058명보다 많은 1564명 ▷검거된 사람들은 불법구금 상태에서 조사받은 점 등 지금까지 의혹에 그쳤던 부분이 사실로 확인됐다.

하지만 민주화 단체들은 사료 검증과 자료 취합이 덜 된 부실보고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편향 인사들이 역사적 사실을 외면한 채 깊이 있는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 민주화 단체 관계자는 “아직도 일부 기관이 자료 제출을 거부해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다”며 “공적 자료라 하더라도 성격을 따져봐야 하지만 보고서에 인용된 사료는 비판 없이 그대로 기록됐다. 사실이 아닌 것도 보고서에 상당수 들어 있다”고 말했다. 10·16부마항쟁연구소 정광민 이사장도 “왜 부마항쟁이 재평가돼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이 빠진 F학점 보고서”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위법적인 출동 명령과 부마항쟁 시나리오 간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등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다. 재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부산지역 민주화단체는 오는 23일 부산시의회에서 열리는 진상조사 결과 보고회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부마진상규명위의 보고서는 이번 보고회 등을 거쳐 다음 달 12일 최종보고서로 확정된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