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부모님께 안마해드리면서 확인할 수 있는 ‘척추·관절 건강 체크법’

옷을 입고 벗을 때 힘들어하신다면 오십견 의심해야

무릎에서 나는 소리에 귀 기울여도 퇴행성관절염 확인 가능

똑같은 요통이라도 증상이 다른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





시골에 부모님을 찾은 최모(45) 씨는 옷을 갈아입던 아버지가 팔을 제대로 들어 올리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최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찜질 좀 하면 괜찮아진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아버지를 억지로 모시고 병원으로 갔다.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정밀 검진한 결과 ‘유착성관절낭염(오십견)’이란 진단을 받았다. 최 씨는 평소 부모의 몸 상태를 세심히 살피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설 명절은 부모님 건강을 점검하기 좋은 기회다. 자식이 불혹을 넘고 손주를 보아도 부모님들은 “나는 괜찮다. 너희들 건강이 더 걱정이다”며 오매불망 자식걱정뿐, 정작 본인 아픈 것은 내색하지 않는다. 이런 부모님을 위해 이번 설 명절을 맞아 곁에서 지켜보며 건강을 점검해드리면 어떨까? 해운대자생한방병원 김상돈 병원장의 도움으로 건강한 노년을 위한 ‘척추·관절 건강 체크법’을 정리했다.

집에서 누워서 근육을 풀어주고 유연성과 근력을 키울 수 있는 스트레칭 동작. 해운대자생한방병원 제공

●요통이라도 증상이 다른 퇴행성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

노화가 진행되면서 척추도 퇴화한다. 대표적인 척추의 퇴행성 질환으로 퇴행성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을 꼽을 수 있다. 디스크는 수핵을 섬유륜이 감싸고 있는 형태다. 디스크가 나이를 먹으면 수핵을 감싸고 있는 섬유륜이 퇴화되면서 균열이 생기고 수핵이 튀어나온다. 이 때 튀어나온 수핵이 신경을 누르면서 염증과 함께 방사통과 요통, 근력저하 등의 통증을 유발하는 것을 퇴행성디스크라고 한다.

　퇴행성디스크가 디스크의 노화로 생기는 질환이라면 척추관협착증은 척추 뼈가 나이를 먹어 생기는 질환이다. 척추 뼈가 퇴행화 되면 골극이라는 뾰족한 가시가 자란다. 이 때문에 서서히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척추관 주변의 점막이 부어 신경을 압박하고 통증이 발생시킨다.

　허리디스크는 저릿한 증상이 허벅지와 종아리 등 한쪽 다리로 타고 내려온다. 이는 디스크 탈출 부위의 염증과 부종에 의해 통증이 생기기 때문에 허리를 굽히고 앉아 있기가 불편하다. 이와 반대로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를 펴고 있으면 노화로 두꺼워진 인대가 신경을 건드려 오히려 쪼그리고 앉은 자세가 편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척추관협착증을 소위 ‘꼬부랑할머니 병’이라고도 부른다.

　혼자만의 생각으로 허리디스크가 있겠거니 하고 방치하다 뒤늦게 병원을 찾았을 때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받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처럼 두 질환 모두 노화로 발생하고 주로 허리부분에 많이 발병하기 때문에 혼동하기가 쉽다.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의 증상을 비교해 체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퇴행성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 구별법.

●옷을 입고 벗을 때 어깨통증을 호소한다면 오십견

오십견은 한의학에서 ‘동결견’이라고 부른다. 어깨가 얼어버린 것처럼 굳어져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높은 곳의 물건을 내리기 힘들어한다거나 머리를 감을 때나 빗질할 때 힘겨워한다면 오십견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어깨를 들어 올리는 것 자체가 힘겨워지므로 옷을 입고 벗는 것조차 힘겨워할 수 있다. 또 어머니들이 옷 뒤의 지퍼를 내리기 힘들어하거나 선반 위에 올려둔 양념통을 집기조차 힘들어 한다면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

　오십견 초기에는 어깨가 뻣뻣하고 어깨의 통증이 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이 때문에 일을 과하게 하거나 피로가 쌓여 생긴 통증이라고 생각해 찜질이나 마사지하며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십견은 시간이 지날수록 팔 전체와 손가락이 저리거나, 극심한 경우 마비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어 반드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무릎서 나는 소리 귀기울여도 퇴행성무릎관절염 알 수 있어

퇴행성무릎관절염은 관절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나이가 들면서 연골과 인대가 닳아 생기는 질환이다. 무릎 관절이 그 기능을 잃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염증이 생겨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다른 질환도 마찬가지지만 특히나 관절염은 자녀들의 관심이 중요하다. 유심히 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릎 관절에서 나는 특정 소리를 대수롭게 여겨서는 안 된다. 예컨대 부모님 무릎을 안마할 때 무릎에서 ‘뚜두둑’하는 소리가 들린다거나 관절의 덜컥거림이 느껴진다면 관절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 힘겨워하지 않는지, 불편해하는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면 활동량이 부족해지면서 체중이 증가하면 관절과 연골에 압박이 정상인과 비교해 배 이상 가중된다. 이런 이유로 부모님의 체중이 최근 증가했다면 더욱 세심하게 체크해야 한다. 평소 부모님이 무릎관절염이 있었다면 지팡이나 보행보조기를 사용해 무릎관절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좋다. 또 느긋한 생활습관을 가지면 관절과 근육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부상당할 위험을 낮춰준다.



●평소 스트레칭으로 유연성과 근력 키우자

간단한 안마로 부모님의 척추 관절 질환을 체크할 수 있다. 해운대자생한방병원 제공

가벼운 스트레칭을 부모님께 가르쳐 유연성과 근력을 직접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트레칭은 신체의 균형감각을 발달시켜 낙상의 위험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따라서 매일 잠들기 전과 기상 후에 할 수 있게 하면 좋다. 집에서 간단히 누워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으로 무릎 한쪽을 90도로 세운 뒤 무릎에 깍지를 끼워 천천히 가슴 가까이로 당기는 동작이 있다. 이때 뻗은 다리는 구부러지지 않을 만큼만 당긴다. 15초 유지하고, 좌우 각각 3회씩 반복하게 되면 엉덩이와 허리 근육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고 전신을 이완시켜 유연성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김 병원장은 “노령층의 척추·관절 질환은 치료도 중요하지만 관리는 더욱 중요하다”며 “평소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스트레칭과 관절보호 요령을 숙지하는 것이 좋고 자녀들도 부모님의 증상을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