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 규모보다 인원 더 채용해
- 인건비 감당 못하고 부도 상태
- 참여자 대부분 고령에다 여성
- “설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

설 연휴를 앞두고 대형 아파트 단지 신축현장 노동자들이 대규모 임금 체납 위기에 놓였다.

부산 남구 대연2구역 주택재개발 현장 청소노동자 300여 명이 8일 3억 원 가까운 임금을 받지 못해 불안한 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입주를 앞둔 아파트 내외부의 쓰레기를 치우고 준공을 돕는 업무를 하는 청소 노동자들이다. 일당 10만 원 안팎의 임금을 받으며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고령자나 여성이 많이 투입된다. 대연2구역은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존슨엘에이(1단지), ㈜한국그린환경(2단지)과 각각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두 업체는 부산지역 업체 ㈜노틀과 다시 재하도급 계약을 했다.

애초에 롯데는 1차 하청업체들과 총 6억7600만 원에 계약했다. 이 계약을 다시 ㈜노틀이 6억4200만 원에 넘겨받아 청소작업을 벌였다. 아파트 준공 청소는 청소가 이루어진 만큼 ‘중간정산금’을 주는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예상보다 준공 청소 노동자가 더 많이 필요했고 그 결과 지급해야 할 임금도 증가했다. 현재까지 롯데건설이 중간정산금으로 제공한 임금은 2억6100만 원이다. 계약대로 하면 롯데는 앞으로 1차 하청업체에 4억1500만 원만 지급하면 된다. 노틀은 1차 하청으로부터 3억8100만 원을 받으면 되지만 노동자들이 노틀로부터 받아야 할 임금은 6억7500만 원으로 계약금보다 2억9400만 원이 초과됐다고 주장했다. 이달 말 예정된 준공 기간까지 일하면 여기에 1억 원을 추가해 총 7억7500만 원을 받아야 한다. 노틀 측은 증가한 임금을 줄 형편이 안 돼 사실상 부도나 다름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중국 동포인 김창범(57) 씨는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 한국에 온 지 4년째인데 이런 일은 처음 당한다”며 “받아야 할 돈이 200만 원 넘고 나를 믿고 현장에 따라온 동료들과 함께 청소했는데 난처하다. 설날 연휴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도 막막하다”고 말했다. 김 씨와 같은 중국 동포 중 결국 돈을 받지 못한 채 고향으로 돌아간 노동자들도 1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태일(65) 씨도 “명절이 코앞인데 받아야 할 돈을 못 받으면 큰일이다”며 “큰 사업장이어서 사람이 많이 투입됐는데 임금이 체납되면 불만이 상당히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이 같은 사정을 알리기 위해 남구에 아파트의 사용 승인을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남구 건축과 관계자는 “건물 사용에 법적 문제가 없으면 도리어 지자체가 책임을 질 수 있어 사용승인 정지 처분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아파트 신축현장 앞에서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 참이었다. 그러나 롯데건설과 1차 하청업체들이 오는 12일에 근무 기록지를 검토한 후 임금을 지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구두로 잠정 합의해 집회는 열리지 않았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3149가구의 입주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