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과 고은 시인 모습. 연합뉴스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시인 최영미. 그런 최영미가 최근 내놓은 한 편의 시가 세간을 뒤흔들고 있다. 다만 그 시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그 시가 폭로한 추악함 때문이라는 점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행된 ‘황해문학’의 겨울호에는 문단 내 성추행 문제를 지적한 ‘괴물’이라는 시가 발표됐다. 최영미 시인의 작품이었다. 그녀는 ‘괴물’을 통해 문단의 한 원로 작가를 가리켜 ‘En’이라고 칭하며, 여성 문학계 인사들에게 성추행을 저질러왔다고 폭로했다. 이 시에는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곤 분노해 소리 쳤다는 내용과 함께, 문단 내에서 그의 평이 좋지 않음에도 그의 영향력이 커지자 누구도 입을 열지 못하게 됐다는 내용이 적혔다.

이어서 해당 시인이 '노떨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고 언급하며, 그가 해당 상을 받는 일이 생긴다면 이 나라를 떠날 것이라고, 시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최영미 시인이 지난해 SNS에 작성해 논란이 일었던 게시물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크게 분노하며,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이 최근 SNS상의 성폭행 사실 고백 캠페인인 ‘MeToo’의 연장선이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영미 시인이 지난해 한 유명 호텔에 1년간 객실 무료 이용을 제안한 것을 언급하며, ‘최영미 시인이 갑질 피해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당시 최영미 시인은 자신의 SNS에 “월세 계약 만기에 집을 비워달라는 문자를 받았다. 호텔에서 내게 방을 제공한다면 홍보 끝내주게 할 텐데”라며 자신이 작성해 호텔에 보냈다는 메일 내용을 함께 게시하기도 했다. 이어서 “그냥 호텔이 아니라 특급 호텔이어야 한다. 수영장이 있음 더 좋겠다”며 “아무 곳에서나 사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지 않나”고 했었다.

그러자 누리꾼들은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읽고 시를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최영미 시인에게 적잖게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최영미 시인을 향해 “고은 정도 되는 시인이라면 몰라도. 뭐 그리 되진 않을 거 같고”라는 반응도 나왔다.

한편 고은 시인은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등 아름다운 시어와 의미로 인정받는 문학인이다. 이민재 기자

다음은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 전문이다.

	‘황해문학’에 실린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