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문명 전시와 미래비전 제시
- 1851년 영국만국박람회가 시초
- 최근엔 도시개발 연계 트렌드
- 국내선 인정엑스포만 두 번 열려

세계박람회는 인류가 이룩한 업적과 미래에 대한 전망을 한자리에서 비교·전시하고,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는 경제·문화올림픽이다. 흔히 엑스포(Expo)라고 부르는데 전시를 뜻하는 ‘Exposition’의 줄임말이다.

지난해 10월 부산등록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며 부산 강서구의 황금들판에 새긴 엑스포 유치 기원 그림. 부산시 제공

국제박람회기구(BIE)는 세계박람회를 등록엑스포와 인정엑스포로 구분한다. 부산이 추진하는 등록엑스포는 사람과 관련된 모든 주제를 다루며 5년 간격으로 6개월간 개최된다. 만약 부산이 2030엑스포를 유치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등록엑스포가 된다. 대전(1993년)과 여수(2012년)에서 치러진 인정엑스포는 등록엑스포가 열리는 사이에 3개월간 개최하며 주제가 특화돼 있다. 대전은 과학, 여수는 해양을 주제로 행사를 열었다. 등록엑스포는 개최국이 대지만 제공해주면 전시관 설치 비용은 참가국들이 직접 부담하는 데 비해 인정엑스포는 주최국이 모두 건축하고, 참가국이 무상임대하는 형태다. 등록엑스포가 인정엑스포보다 비용부담은 적고, 효과는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등록엑스포는 전시 면적에 제한이 없지만, 인정엑스포는 25만㎡ 미만으로 진행해야 한다.

세계박람회의 효시는 1851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만국박람회(수정궁박람회)다. 런던박람회에서는 산업혁명의 상징인 증기기관이 전시돼 인류에게 충격을 줬다. 영국은 세계박람회로 산업혁명을 완성하고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확립했다. 이후 세계박람회는 각국이 경쟁적으로 새로운 과학문명과 기술을 소개하는 장으로 활용됐다. 차세대를 먹여 살릴 기술의 최정점을 자랑하는 각축장이 된 셈이다.

다음 행사인 1853년 뉴욕박람회에서는 모스 전보기와 엘리베이터가 등장했으며, 1876년 필라델피아박람회에서는 벨의 전화기가 처음 소개됐다. 1885년 벨기에 앤트워프박람회에서는 세계 최초의 상용자동차가 출시됐으며, 1889년 파리만국박람회의 상징물로 만들어진 에펠탑은 130년이 지난 지금도 파리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남아 있다. 1939년 뉴욕박람회에서는 최초로 텔레비전이 전시되고, 나일론과 플라스틱이 처음 등장했다. 아시아에서는 1970년 일본 오사카에서 처음으로 세계박람회가 열렸다. 당시 관람객은 6500만 명에 달했으며, 일본은 이를 계기로 세계 2차대전 패전국에서 기술강국으로 도약했다. 2010년 열린 중국 상하이박람회는 엑스포 역사상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 7300만 명이 다녀가 관람객 유치 신기록을 달성했으며, 엑스포를 도시 전체 개발의 기회로 삼았다. 상하이시는 지난해 처음으로 세계엑스포박물관을 BIE에 헌정했다.

우리나라의 첫 세계박람회 참가는 조선시대 때인 1893년이다. 조선은 미국 시카고박람회에 참가해 기와집 모형 안에서 나전칠기와 방석, 대포, 갑옷 등을 전시했다. 대한민국 국호로 국가관을 건립해 참가한 건 1962년 미국 시애틀세계박람회가 처음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326㎡ 규모로 한국관을 건립해 세계에 한국을 소개했다.

우리나라가 참가국에서 개최국으로 변모한 건 1993년이다. 1993년 8월부터 93일간 ‘새로운 도약의 길’을 주제로 대전엑스포가 치러졌다. 108개국 33개 국제기구 및 연구소가 참가했으며, 당시 1400만 명이 관람했다. 대전엑스포는 개발도상국으로서는 최초로 개최된 세계박람회였다. 21세기 첨단과학기술을 집약하고 신에너지 등을 선보여 가장 뛰어난 정보화 엑스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대전엑스포 이후 19년 만인 2012년 8월부터 3개월간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여수엑스포가 개최됐다. 104개국 10개 국제기구가 참가했다. 여수엑스포는 박람회 역사상 처음으로 해양환경을 주제로 IT(정보기술)를 접목해 유비쿼터스의 상용화 가능성을 보여줬다.

부산시 김진만 2030엑스포추진단장은 “2010년 중국 상하이, 2020년 UAE 두바이 등 최근 엑스포가 도시개발과 연관해 치러지는 것이 트렌드인 만큼 2030년 부산에서 등록엑스포가 열리면 서부산개발과 균형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