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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나의 교실 속 소확행(작지만 진정한 행복), 모두의 목소리

학생의 적극적인 표현·공감, 교사로서 받은 가장 큰 선물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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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1-22 18:42:21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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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ak up! And remember, you are beautiful.”( 목소리를 높이세요. 당신은 아름답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2003년 영화 ‘금발이 너무해 2(legally blonde 2)’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애완견인 브루저를 대변하면서 동물 화학 생체실험에 반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의회에서 용기 있게 외친 대사이다.
   
‘진심의 목소리는 군중의 목소리보다 클 수 있다’ 영화 전반에 걸쳐 여러 사회분야에서 호응을 끌어내기 위한 과정을 보여주는 상황에서 마지막에 변론한 내용이다. 이는 현재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메시지이기도 하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목소리 말이다.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나! 5개의 중학교, 1개의 고등학교. 이들 학교에서 만났던 많은 학생들이 얼마나 많이 자신의 소리를 내었을까? 수업시간마다 익숙하지 않은 영어로 얼마나 속시원히 자신의 소리를 내었던 걸까.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충분히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 과정에서 왜 소리를 내지 않았던가. 그보다 더 많은 학생들의 소리를 왜 난 들으려 하지 않았나. 영화 속 주인공 대사처럼 처음에는 망친 헤어스타일에 대해 헤어살롱에 화를 내었다가 순간 그 잘못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도 소리를 내지 않았던 자신이 오히려 문제라는 사실을 발견한 상황에 대해서 말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우리 모두의 목소리를 잊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

언젠가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상황에서 모든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야겠다는 단순한 목표를 무모하게 세운 적이 있다. 많은 교사들은 이 꿈을 늘 꾸었고 지금도 꿈꾸고 있다. 늘 꿈꾸고 있는 100% 참여율 말이다. 학생들 모두의 소리를 꼭 듣겠다고,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최소의 내용으로 수업에 들어갔다.

‘나에게 고맙다(I thank myself)’라는 말을 모두 자신을 위해 말하게 하고 이유를 덧붙이게 해보았다. 영어로는 물론 우리말로도 어색한 이 표현. 혹시 왜 어색한가에 공감하는 이가 있다면 정말 고마운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던 나의 학생들과 같은 마음 상태가 아닐까 싶다. 여러 잣대로 평가되면서 그 마음을 갖는 것조차 낯설어하며 그간 많이 아파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모두의 목소리를 듣기 전까지 나가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자신들의 쉬는 시간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협박으로 느껴졌는지 처음엔 말할 게 없다던 학생들이 한 명씩 자신의 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시작은 그리하였어도 모두의 목소리를, 모두의 영어를 들었고 심지어 그들의 이야기에 박수를 치고 아파하면서 공감을 이루었음을 느꼈다. 더 행복한 것은 이 같은 반응이 전체 반을 통해서도 계속되면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연이어 만난 그 학생들. 그들은 계속 소리를 내었을까? 단언컨대 교실 속 들리는 소리는 더 이상 나만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모두의 소리를 듣고 모두가 소리를 내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수업. 모두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하는 활동, 가장 단순한 것인데 어려워하며 왜 놓치고 살았던 것일까.

   
한 TV프로그램에서 건축도 음악도 절정, 감동은 화려함이 아니라 단순함에 있다고 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교실 속 우리의 소확행. 우리가 찾은 단순함을 소리 내어 말해본다. Speak up. Your voice is beautiful. 잊지 말자.

곽선근 한국조형예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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