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펫티켓·동물보호 캠페인도 진행

- 애견인·비애견인 긴장 완화하고
- 동물 복지 실현 공간으로 기대

부산 해운대구가 아파트 내에 반려견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 ‘몽실구(狗)장’을 세운다. 애견인과 비애견인의 갈등을 막고, 사람과 동물의 공존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해운대구는 19일 공동주택 반려견 운동장 ‘몽실구장’ 조성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몽실은 ‘통통하게 살이 찐 상태’를 의미하는데, 몽실구장은 통통하게 살이 찐 강아지가 귀엽게 뛰노는 운동장이라는 뜻이다. 구는 약 1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오는 5월까지 아파트 3곳을 선정, 단지 내 330㎡ 이상의 반려견 운동장을 설치한다. 신청은 오는 4월까지 진행되며 지역 300세대 이상 아파트 110개소가 신청 대상이다. 설치한 후에는 주민을 대상으로 한 애견인과 비애견인 사이에 지켜야 할 예절인 ‘펫티켓’을 교육하고 개정된 동물보호법을 알리는 캠페인도 진행한다.

반려견 운동장 조성은 최근 새로운 주거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2016년과 지난해 각각 분양한 경기 의왕 푸르지오 1·2차 아파트와 경남 사천 그랜드 에르가 1930 아파트 등 대단지 신규 분양 아파트에는 면적 50~125㎡의 반려견 운동장이 설치되기도 했다. 반려견 운동장은 동물의 복지를 실현하는 동시에 주민 간 화합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인기가수 최시원의 반려견 프렌치 불도그가 사람을 물어 발생한 사망 사고 후 애견인과 비애견인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형성됐다.

또 정부가 사망 사고를 낸 반려견 주인을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관련법도 개정할 뜻을 보이자 온라인에는 양자 간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특히 오는 3월부터 배설물을 치우지 않거나 목줄을 제대로 채우지 않은 주인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이른바 ‘개파라치’ 제도가 시행되면,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의 감시와 갈등이 증폭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물 단체는 이런 상황에서 몽실구장이 설치되면 애견인과 비애견인의 소통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대 김애라 대표도 “최시원 프렌치 불도그 사건 후 반려견과 산책하기가 힘들다는 사람이 많다. 사람과 동물이 가깝게 지낼 공간이 마련되면, 서로 쌓였던 오해도 풀 수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애견인과 비애견인이 각자의 권리만 주장하다 보니 문제가 본질보다 커지는 경향이 있었다. 몽실구장을 통해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정착함으로써 입장 차이를 좁히고, 서로 배려하는 문화도 생겨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반려견 시설이 혐오시설이 아니라는 인식 전환의 계기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