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원대 비자금 조성을 포함한 수백 억 원대 배임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 조현준(49) 효성그룹 회장이 17일 검찰에 출석했다.

17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조사 2부(김양수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조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 회장은 검찰 청사에 도착해 “집안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성실히 조사 받겠다”고 말하고 조사실로 향했다.

	수백억 원대 배임 의혹을 받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조 회장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측근 홍모 씨의 유령회사를 효성그룹 건설사업 유통 과정에 끼워 넣어 ‘통행세’로 100여 억 원의 이익을 안겨주고, 그 돈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혐의를 받는다. 자신이 지분을 가진 부실 계열사 갤럭시아포토닉스에 효성이 수백억 원을 부당지원하게 한 혐의, 300억 원 규모의 ‘아트펀드’를 조성하고 미술품을 비싸게 사들이는 방법으로 자금을 횡령한 뒤 연대보증인인 효성에 부실을 떠넘긴 혐의 등도 받는다. 조 회장이 자신과 친분이 있는 미인대회 출신 여성 배우 등 4명을 촉탁사원 형식으로 채용해 허위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이 같은 의혹은 모두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친형인 조 회장을 상대로 수십 건의 고발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형제의 난’으로 불렸던 당시 고발 사건은 3년이 넘은 지난달 검찰이 효성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조회장은 2010년 횡령 등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이후 사면됐다. 2013년 효성그룹 탈세 수사 당시 법인카드로 16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