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폭과 결탁한 조직 호객행위
- 기사에 수고비 뜯은 50대 입건

“거제까지 12만 원, 지금 바로 출발할 수 있습니다.”

	총알택시가 지난 14일 밤 부산 사상구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시동을 끈 채 대기하며 장거리 손님을 태우고 있다. 이준영 기자

지난 14일 밤 11시께 부산 사상구 서부시외버스터미널 앞. 손님을 태우기 위해 길게 늘어선 일반택시와 달리 버스 출입구 쪽에 시동을 끈 채 대기 중인 택시가 눈에 띄었다. 이들은 소위 ‘총알택시’다. 심야버스까지 끊긴 시간, 경남 거제나 창원 등지로 가는 시외 손님만 모아 웃돈을 받고 운행한다.

이날도 국제신문 취재진이 총알택시 앞에서 서성이자 기사 두 명이 다가와 “어디 가느냐”며 물었다. 기자가 “거제”라 답하자 “12만 원인데 곧 막차 끊긴 후 손님이 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손님을 모으러 시외버스터미널 안을 분주히 움직였다.

택시 합승은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법이다. 1회 적발 시 20만 원, 2회 40만 원, 3회 6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부산시는 주 1회씩 서부터미널과 부산역 노포역 하단역 등을 돌며 단속을 실시해 지난해 55건의 합승 행위를 적발했다.

이렇다 보니 손님을 대신 모아 택시기사에게 소개해주는 ‘호객 도우미’까지 생겨났다. 이들은 사상지역 조직폭력배와 결탁해 총알택시 기사를 장악한 뒤 손님을 소개해주는 대가로 1회에 1만 원을 받아 챙겼다. 이를 거부하면 합승 행위를 신고하거나 영업을 방해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갈취했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15일 이렇게 수고비 명목으로 택시기사들에게서 현금을 뜯어낸 혐의로 A(50)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 씨는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1월 말까지 총알택시 기사 10명에게서 약 200만 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조사 결과 A 씨는 택시기사를 1, 2, 3진으로 정해 마치 조폭 조직처럼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1진부터 손님을 먼저 태워가고 2진과 3진은 남는 손님이 있을 때 영업을 해왔다. 택시기사 2진은 1진이 되기 위해 A 씨에게 술을 사는 등 잘 보이고자 노력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총알택시 기사에게 시외영업은 소위 ‘돈 되는 장사’다. 거제행 12만 원을 받으면 왕복 톨게이트비 2만 원을 떼고 A 씨에게 1만, 2만 원씩 줘도 시내영업을 하는 것보다 수익이 남는다. 기사가 갈취를 당하면서도 불법 합승을 계속 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총알택시 근절을 위해선 대중교통 수단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부산대 이기춘(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법상 처벌 대상에 빠져 있는 호객 도우미를 제도권에 포함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총알택시를 타려는 손님의 수요를 줄이기 위해 심야버스 대수와 운행 시간을 늘리는 등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