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빼앗으려고 다방 여성 종업원을 살해하고 15년 만에 붙잡힌 남성(본지 지난해 9월 1일자 12면 보도)이 국민참여재판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7부(김종수 부장판사)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양모(46)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재판은 양 씨의 신청에 따라 국민참여 재판으로 진행됐다.

양 씨는 2002년 5월 21일 부산 사상구 괘법동 한 다방에서 퇴근하던 여 종업원 A(당시 21세) 씨를 납치해 흉기로 가슴 등을 수십차례 찔러 숨지게한 뒤 시신을 마대에 넣어 바다에 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양 씨는 A 씨의 통장에 있던 돈 296만 원을 인출했고, 주점 여성 종업원 2명을 시켜 A 씨의 적금을 해약하고 500만 원을 챙겼다.

당시 경찰은 양 씨가 사상구 한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CCTV를 확보했다. 그러나 화면이 흐릿하고 지문도 남아 있지 않아 양 씨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았다. 이 탓에 이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그러나 2015년 8월 1일 기준 공소시효가 남은 모든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일명 태완이법)이 시행되면서 구성된 부산경찰청 미제사건 전탐수사팀의 재수사로 양씨가 붙잡혔다.

재판 과정에서 양 씨는 “A 씨의 가방을 주웠고 그 안에 있던 통장으로 돈을 인출했을 뿐, A 씨의 가방을 빼앗지 않았고 살해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여러 간접 증거로 미뤄보면 양 씨가 강도살인을 저질렀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양 씨의 돈 인출 사실과 “둥글고 물컹한 느낌이 있는 물체가 담긴 마대를 함께 옮겼다”는 동거녀의 진술 등을 토대로 양 씨를 기소하고 지난 8일 양 씨의 국민참여재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배심원 평결은 유죄 7명, 무죄 2명이었다. 배심원의 양형 의견은 사형 3명, 무기징역 4년, 징역 15년 2명이었다. 재판부는 “양 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유족과 합의하지 않은 데다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배심원 의견을 고려해 중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