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책사업 즉각 예산 편성해야
- 방치땐 관리위탁 거부” 배수진
- 탈핵 文정부는 활용에 부정적

부산 기장 해수담수화시설을 유지·관리해온 두산중공업이 담당인력을 지난 1일 자로 전격 철수(본지 4일 자 1면 보도)한 것과 관련해 서병수(사진) 부산시장이 정부가 즉각 예산을 편성해 시설 재가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서 시장은 “정부가 지금처럼 방관한다면 시는 앞으로 사용허가와 관리위탁권을 받지 않겠다”고 초강수를 뒀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4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해수담수화시설에 대한 소유·운영권은 정부에 있고, 시설에 대한 유지·관리비를 부담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데도 외면하고 있다”며 “국토교통부가 올해 예산(유지·관리비)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아 두산중공업이 당연히 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국가가 나서서 만들었다”고 밝혔다. 서 시장은 “2000억 원가량이 투입된 해수담수화시설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정부가 시설을 방치한다면 그간 우리 시가 투입한 425억 원도 돌려줘야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현재 기장 해수담수화시설은 정부(국토부 산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가 소유·운영권을 가지고 있다. 2014년 12월 준공한 해수담수화시설 유지·관리비는 2015년 2016년의 경우 두산중공업이 부담했고, 지난해는 두산중공업이 11억 원, 부산시가 17억 원을 냈다. 시는 올해 총 35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시비 11억 원을 편성했다. 시는 나머지 24억 원은 정부가 부담할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실제 편성된 예산은 ‘0원’이었다. 당장 유지비용이 없자 두산중공업이 인력을 철수하면서 1954억 원(국비 823억 원, 시비 425억 원, 두산중공업 706억 원)이나 투입된 국책시설이 가동을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국토부는 “통수가 되지 않아 예산을 편성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가동 중단 사태는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빠른 시일 내 해법을 찾지 못하면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서 시장은 “지난해 10월 선택적 통수를 하려 했으나 그때도 정부가 소유권 문제를 들고나와 중단시키더니 유지·관리비도 주지 않았다”며 “통수 시기를 밝히고 소유권 등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조속한 시일 내 답을 하지 않으면 시는 사용허가와 관리위탁을 받을 생각이 없다. 엄청난 예산이 투입된 시설이 흐지부지되면 전적으로 국가 책임”이라고 공격했다.

정부가 해수담수 통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배경에 문재인 정부의 탈핵 기조가 있다고 분석했다. 서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고리원전을 방문했을 때 해수담수 병입수를 보고 부정적 액션을 취한 점을 보면 정부가 해수담수화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선정 조민희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