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최고가 대비 3분의 1로 떨어져
- 소비 위축·재배 면적 증가로 과잉 생산
- 수확 포기 농가도 속출, 대책 마련 시급

경남 진주와 밀양이 주산지인 시설 하우스 청양고추(땡초)가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부진과 과잉 생산으로 가격이 폭락해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시설 하우스 청양고추는 12∼2월이 연중 가장 높은 가격을 보이는 시기인데도 가격이 떨어지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시설 하우스 청양고추는 경남이 국내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진주시 농산물도매시장은 지난달 29일 거래된 산지 청양고추 박스당(10㎏) 상품 평균 가격이 2만6657원에 거래됐다고 2일 밝혔다. 이는 2016년 같은 기간의 3만5212원보다 1만 원 가까이 낮은 가격이다. 2015년 동기 6만6484원에 비하면 60%나 떨어졌다. 평년의 시세인 5만7157원보다도 57% 하락했다.

청양고추 가격은 2014년 초까지는 8만 원대를 유지했으나 같은 해 3월 품귀 현상이 벌어지면서 10만 원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결국 2014년 초반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문제는 청양고추 가격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진주 금산농협 관계자는 “지금도 이미 손익분기점(5만 원) 아래인데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가격 폭락으로 대량 폐기 사태를 빚었던 지난해 3월 2만3000∼2만5000원이었던 가격에 가까워지고 있어 농민들의 걱정이 더 깊어지고 있다. 당시 해당 농민회는 청양고추밭을 갈아엎었다. 또 진주와 밀양 등 청양고추 주산지 농협들은 ㎏당 1209원의 정부지원금으로 모두 140ｔ의 청양고추를 폐기처분 했다. 진주시 금산면 농민 정모(56) 씨는 “출하 초기인 지난해 12월 가격이 생산 원가에 크게 못 미쳐 너무 걱정스럽다”며 “출하하면 오히려 손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추가 얼어 죽지 않을 정도로만 난방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청양고추 주산지인 밀양시 무안면 일대에서는 수확을 포기한 농가가 급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청양고추의 가격이 떨어진 이유는 경기침체로 연말 송년 모임이 줄어드는 등 소비가 위축된 데다 재배 면적이 늘어나면서 과잉 생산됐기 때문으로 도매시장 측은 분석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지난해 3월에는 농민들이 자체 폐기를 하면 정부 등에서 비용을 보전했지만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만약 일부라도 폐기하지 않고 출하를 계속한다면 가격은 더 내려갈 것”이라고 걱정했다. 김인수 이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