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입학이 늦었지만 대학을 다니는 동안 제가 겪었던 고통을 좋은 에너지로 바꾸면서 온전한 삶의 주인이 됐어요.”(성매매피해 여성 A 씨·30대)

부산시는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성매매피해(탈성매매) 여성 대학 학자금 지원’ 사업을 12년째 시행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2006년 한 인터넷 언론을 통해 탈성매매 여성이 등록금이 없어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가 등록금을 지원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2006년 7명을 시작으로 매년 2~6명이 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는 교재비, 학교 수련활동비 등 학업에 필요한 경비도 1인당 연 300만 원 한도 내에서 지원했다. 지금까지 총 50명에게 1억3500만 원을 지원했다.

이 사업은 최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발간한 ‘2017 자치단체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정책 사례집 우문현답’에서 전국 최초 추진 사례로 소개됐다. 대학 학자금을 지원받은 A 씨는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학 진학이 인생의 전환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A 씨는 몇 년 전 건강이 망가진 채 수천만 원의 카드 빚을 지고 업소에서 나왔다. 생계를 위해 공장에서 일했지만 모든 것이 낯선 데다 누구에게도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없어 우울증과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 우연히 상담소를 알게 돼 병원 치료를 받던 중 다시 펜을 잡게 됐다.

A 씨는 대학 진학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그는 “입학식 때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학교 적응이 쉽지 않았지만 존경할 만한 스승을 만났고, 처음 만나는 사람도 두렵지 않았다”며 “대학에 다니면서 다른 사람의 아픔과 고통에도 눈을 뜨게 됐다”고 말했다. A 씨는 현재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소외된 사람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있다. 수년간 남편의 폭력과 성매매 강요에 시달렸던 B 씨도 등록금을 지원받으며 진학의 부담을 덜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떳떳하게 사회에 발을 내딛고 싶다”고 밝혔다.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변정희 소장은 “탈성매매 여성은 배운 기술도, 인적 네트워크도 없어 직업 선택에 제약이 많다”며 “대학 진학을 원하는 탈성매매 여성에게 학비뿐 아니라 학업에 필요한 경비도 지원하는 등 혜택이 확대되고 있고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초기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심리 상담을 지속해서 지원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A 씨는 “탈성매매 여성이 심리적 안정을 느낄 수 있도록 충분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