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난 정상 부근까지 진입 사투
- 날 밝자 헬기 17대·2500명 투입
- 부산 역대 2번째 규모 산불피해
- 발화지점 못 찾고 화재원인 미궁

부산 기장군 삼각산에서 불이 나 임야 50㏊를 태우고 15시간여 만에 꺼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이 완전히 꺼진 후 원인 규명에 나섰지만, 발화 지점조차 찾지 못했다.

	육군 53사단 장병들이 2일 화재가 발생한 부산 기장군 장안읍 삼각산 일대에서 불을 끄고 있다. 53사단 장병 200여 명이 이날 진화 작업에 투입됐다. 53사단 제공

부산시소방안전본부는 2일 오후 1시20분 삼각산(해발 469ｍ) 화재 초진에 성공했다고 이날 밝혔다. 전날인 지난 1일 밤 9시46분 처음 화재 신고가 접수된 지 15시간 34분 만이다. 2일 오후 3시 현재 잔불 정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가가 없는 삼각산 8부 능선에서 불이 났기 때문에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불은 그사이 임야 50㏊(소방 추산치)를 태웠다. 부산시민공원(47.3㏊) 면적이 하루 사이에 모두 잿더미로 변한 셈이다. 2011년 3월 25일 강서구 지사동 보배산에서 발생한 화재(88㏊ 소실, 산림청 추산)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한밤에 산 정상 부근에서 불이 난 탓에 피해가 컸다. 불이 시작된 후 소방관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날이 어두운 데다 산 정상까지 40~50분가량 걸어서 이동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 밤 11시10분에야 화재 진압을 위한 진입로가 확보됐다. 그러나 밤에 헬기를 띄울 수 없었고, 거리가 멀어 소방 호스를 연결할 수도 없었다. 공무원과 소방대원이 소방수를 등에 지고 산에 올라가 불이 다른 곳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정도였다.

날이 밝자 헬기가 투입되면서 큰 불길이 잡혔다. 2일 오전 7시9분 헬기가 처음 투입됐다. 이날 소방·산림청·민간 헬기 등 총 17대의 헬기가 출동해 불길을 잡았다. 소방 415명, 의무소방 220명, 경찰 1100명, 기장군 610명, 군 200명 등 총 2545명의 인력이 투입돼 잔불을 정리했다. 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야간에는 시계 확보가 안 돼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헬기를 투입할 수 없다. 전선 등이 전혀 보이지 않아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추운 날씨와 약한 바람 덕에 피해가 더 커지지 않았다. 당시 장안읍 기온은 0.9도로 낮아 불길이 활발하지 않았고, 바람도 초속 0.9ｍ로 약해 확산이 더뎠다.

정명시 기장경찰서장은 “만약 불이 산 아래쪽에서 시작됐다면 불이 정상 방향으로 더 급하게 번졌을 것”이라며 “불 확산 속도가 느려 민가 쪽으로 번지지 않아 인명 피해가 없었다. 이만한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화재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경찰은 불을 완전히 끈 후 소방당국 산림청 등과 함께 정밀 감식에 나설 계획이다. 날씨가 추워 자연 발생 화재로 보기 어렵다. 근처에 민가와 CCTV가 없어 결정적인 물증이나 목격자 증언이 없으면 수사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최근 유행하는 풍등으로 산불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밤에 인적이 드문 고지대에서 산불이 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