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기준 부산시 출생아 수는 2만4900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합계출산율도 1.1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여기서 더 떨어지고, 합계출산율 역시 1명 선이 붕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회적 재앙’ 수준으로까지 치달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종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우선적으로 전제돼야 할 것은 기업문화다. 임신·출산·양육에 친화적인 기업문화야말로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는 저력이다. 부산시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총 2조7735억 원을 저출산 극복에 투입하는 중장기 로드맵 ‘아이·맘 부산 플랜’을 가동한다.
이번 계획에서 ‘일·가정 양립 문화 확립’은 가장 중요한 내용 중 하나다. 국제신문은 부산시와 공동으로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을 위해 임신·출산·육아에 친화적인 기업·직장을 탐방해 소개하는 기사를 시리즈로 싣는다.
- 직원 65명 중 19명 휴직 경험
- 복지 만족도 높아 근속자 많아
- 탄력근무·연차도 자유롭게 사용
- 업무공백 생기면 직원 추가채용
- 작년 13명 뽑아… 주거비도 지원
- 가족친화·고용우수 등 8건 수상
관공서가 아닌데도 출산·육아휴직은 물론 오후 출근이나 주 4일 근무 등 탄력근무를 내키는 대로 신청해 시행하는 직장이 있다. 직원들은 가정을 존중해주는 회사의 배려 덕분에 업무와 가정 간 균형을 찾을 수 있었고, 이는 다시 높은 업무 효율과 장기근속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직원의 일과 가정을 함께 존중하는 경영문화가 인정돼 이 회사가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받은 공로상만 해도 여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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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미소바른이치과 직원인 강영아 정예은 김정민 정원창(왼쪽부터) 씨가 회사의 육아휴직 탄력근무 등을 말하며 밝은 미소를 짓고 있다. 치과 입구에는 부산시에서 받은 ‘일·가정 양립 우수 고용기업’ 표창장이 걸려 있다. 곽재훈 전문기자 kwakjh@kookje.co.kr |
■대기업 못지 않은 복리후생
1일 방문한 ‘예쁜미소바른이치과 부산 서면점’(이하 예바치과) 직원 65명은 회사에 대한 높은 만족감으로 환자를 돌보고 있다. 그 배경에는 대기업 못지 않은 복리후생이 있었다.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를 사용한 직원 수는 19명에 달했다. 지금도 직원 4명이 육아휴직을 내 잠시 직장을 떠나 아이를 돌보는 데 전념하고 있다.
육아휴직·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데 따른 높은 만족도는 이직이 잦은 이 업계에서 보기 드문 장기근속으로 이어졌다. 치기공사로 일하는 김정민(여·36) 씨는 2006년 예바치과가 처음 생길 때부터 11년째 근무하고 있다. 김 씨는 “병원에서 일하는 동안 2012년과 2015년에 아이를 낳았다. 두 아이를 낳았을 때 모두 출산휴가를 3개월씩 사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육아휴직(아이 1인당 1년)은 물론 탄력근무, 연차 사용을 권장하는 직장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일과 육아의 틈바구니 속에서 스스로를 가꿀 여유를 보장해준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씨는 “7살, 4살 난 아이 둘을 기르면서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엄마는 드물다”며 “일주일에 하루라도 평일 오전에 필라테스를 하고, 오후에 출근할 수 있다는 게 커다란 활력소”라고 말했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 둘을 둔 행정부의 강영아(여·37·10년 근속) 씨는 탄력근무를 이용해 어린이집을 방문할 수 있어 행복감을 느낀다. 강 씨는 “워킹맘이 평일에 아이를 보러 어린이집에 가기는 매우 어렵다”며 “탄력근무를 이용해 행사 날 어린이집에 들렀더니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했다. 엄마가 지켜본다고 생각해서인지 아이 태도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열심히 하더라”고 경험담을 밝혔다. 눈치 보지 않고 연차를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도 정착돼 탄력근무가 여의치 않으면 연차를 내고 아이를 만나러 갈 수도 있다.
이들은 아이 돌봄, 특히 교육에서 부모들이 부딪히는 장벽이 아이 낳기를 망설이게 만든다고 진단했다. 강 씨는 “정부는 출산을 장려하는데, 아이가 자랄수록 교육비가 많이 들어 가정에서는 큰 부담이 된다”며 “교육에 드는 비용 만큼은 장기적 안목에서 국가가 더 많은 책임을 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씨 또한 “맞벌이 부모 중에 아이를 어린이집 말고는 맡길 데가 없는 이가 많다. 어린이집이 방학이라도 하면 1, 2주가량 부모가 번갈아 연차를 내야 한다. 아니면 눈치를 많이 봐가며 방학에도 운영되는 어린이집 종일반에 아이를 맡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업무 공백은 추가 채용으로 메워
예바치과에서 근무하는 젊은 직원들은 개인 생활과 가정을 존중하는 회사 풍토가 결혼·출산에 대해 품고 있던 걱정을 덜게 해줬다고 말한다. 대기실 환자들에게 커피를 만들어주는 일을 하는 바리스타 정원창(28·1년 근무) 씨는 “보통 바리스타는 순환근무 탓에 생활이 불규칙해 연애나 결혼을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다. 그런데 예바치과에서 일하면서는 시간적, 경제적 측면에서 연애와 결혼생활을 안정적으로 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입사한 지 2개월 된 행정부의 정예은(여·22) 씨도 예바치과에 오래 근무하며 때가 되면 출산·육아 휴직을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사회 초년생인 정 씨는 “법이 출산·육아휴직을 보장한다지만 다른 곳에서 일하는 선배들을 보면 쓸 엄두도 못 내는 이가 더 많다”며 “울산 출신인데 예바치과에 지원해 부산으로 왔다. 회사가 원룸 보증비나 월세도 지원해주지만 출산·육아 휴직을 보장하는 등 복리후생이 후하다는 점이 지원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휴무와 탄력근무 사용이 업무 공백을 불러오자 예바치과 측은 추가 채용으로 이를 메웠다. 지난해에만 13명을 추가로 채용했다. 경영지원본부 지인규 팀장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여가친화우수기업에 선정돼 장관 표창을 받는 등 가족친화 우수·고용우수 등 수상 실적이 8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공동기획: 국제신문, 부산광역시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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