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음악가 ‘4ㅂ’는 바흐, 베토벤, 브람스, 바그너다. 음악사의 기라성들이다. 이들 중 바흐는 ‘음악의 아버지’로 불린다. 수직적으로 결합되는 화음(harmony)인 화성학, 수평적으로 연결되는 화음(ensemble)인 대위법 등으로 서양음악 문법 체계를 완성했다.

상승하강 계단 같은 카논.(왼쪽), 아내를 기리는 바흐의 샤콘.

바흐는 논리정연한 음들을 자유자재로 결합·연결시켰다. 그 대표적 음악놀이가 카논(Canon)이다. 푸가(Fugue)처럼 카논도 규칙 모방에 따른 악곡 형태다. 무한 카논이라는 작품은 Cm로 시작하면서 마지막에 한 음씩 상승하며 다시 시작하지만 돌고 돌아 결국 처음 Cm으로 하강하니 요상하다. 에셔가 그린 요상한 상승-하강 계단과 비슷하다.

괴델은 이렇게 부분적으로는 거짓없는 참이지만 전체적으로 모순이 되는 문제를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1931년 수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다. 참이지만 참임을 증명할 수 없는 수학적 명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괴델-에셔-바흐’는 이런 요상한 세계를 다룬 책이다.

바흐는 야릇한 조화와 모순을 음으로 표현하면서도 글을 음악에 교묘하게 삽입하기도 했다. 샤콘이라는 악곡 속에 죽은 아내 마리아 바바라를 추모하기 위해 글자에 해당하는 음들을 몰래 넣었던 것이다. 숫자와 문자를 치환하는 게마트리아 기법처럼 바흐는 문자와 음표를 치환했다.

이 숨겨진 사실은 헬가 퇴네 교수의 논문에서 밝혀졌다. 필자는 이를 소개하는 정천식 선생의 강의에서 바흐의 ‘Chaconne, Partita No.2’를 들었다. 마리아 바바라에 해당하는 음들이 들리며 그녀가 부활하는 느낌이 들었다면 과장일까.

박기철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