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근공사로 영도대교 곳곳 균열
- 시·구, 관할 책임 누군지도 몰라
- 시공사가 계측기로 ‘셀프 감독’
- 문화재 관리 담당자 증원 필요

“영도다리 옆에 인도도 그렇고 계단도 그렇고 금이 ‘쩍쩍’ 갔어요.” 익명의 제보 전화를 받았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영도대교 개통 4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지난 16일 영도웰컴센터에서 성대하게 열릴 만큼 영도대교는 영도의 관문이자 부산시를 대표하는 명물이다. ‘시민의 노파심이지 않을까’하고 생각하며 찾은 현장에서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선명한 균열과 바른지 얼마 안된 시멘트가 곳곳에 있었다. 다음 날 건축, 문화재 전문가를 대동한 진단 결과는 “심각하다”였다.

영도대교는 2006년 부산시가 지정한 시 기념물로 교량은 물론 계단, 석축도 모두 문화재에 포함된다. 2013년 복원공사 이후 부산에서 유일한 도개 다리로 유명세를 떨쳤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점점 인기가 줄자 책임 관리도 부실해진 모양새다. 영도대교 균열에 대한 본지 취재에 부산시와 영도구 대응은 가관이었다. 문화재로서 영도대교 관할이 누구 책임이냐는 기본적인 질문에도 부산시와 영도구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부산시는 구에 업무를 이관했다고 했고, 영도구는 중구와 겹치는 문화재이기 때문에 시가 담당이라고 말했다.

문화재 보호의 책임 소재도 모르니 훼손된 영도대교가 방치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영도대교 주변부에 변형과 훼손이 가기까지 관계기관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과 소통 부재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영도대교 바로 옆에서 진행되는 21층짜리 고층 오피스텔 공사를 영도구는 영도대교 관리 주체인 부산시설공단과 논의 없이 허가했다. 이후 발생한 균열에 대해 시설공단은 부산시와 논의 없이 시공사에 임시 조처하도록 했다. 구와 시설공단이 입을 다무니 부산시는 뒷짐을 풀지 않았다. 그 결과 명색이 문화재라는 곳에 비계 파이프가 수십여 개 올라갔고, 보호막 없이 계단 벽면을 맞대다시피 공사가 진행됐다. 지난달 23일 착공 후 균열이 얼마나 어떻게 진행됐는지 제대로 아는 이는 없었고 지난 22일에서야 시공사가 계측기를 달고 균열과 전도 변이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더 큰 문제는 영도대교처럼 원도심의 잇따르는 ‘개발붐’ 속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문화재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수 전문가들은 현재 지정된 문화재가 아니더라도 문화재가 될 수 있는 자산이 원도심에 많다고 입모아 말한다. 그러나 부산 곳곳에 있는 문화재를 관리하기엔 부산시 문화재팀의 인원은 적고 직급도 낮다. 개발과 함께 늘어나는 문화재 관리 업무량에 발 맞춰 이를 담당하는 부서 증원이 필요하다. 시 문화재 옆에서 공사를 하면 가장 먼저 나서야 하는 건 시공사의 ‘셀프 감독’이 아니라 행정당국이다.

사회1부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