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인을 맹신한 나머지 자신의 아기를 해치는 의식을 하는데도 손을 놓아 죽음에 이르게 한 여성에게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형사 17단독 김현석 판사는 아동복지법(아동학대, 방임·유기) 위반과 사체손괴 혐의로 기소된 A(여·38)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A 씨는 2010년 8월 2일 무속인 B 씨(2011년 사망 당시 51세)가 “집안의 모든 액운이 너와 아기 때문에 일어났다. 몸을 태워 업을 소멸시키는 소신공양을 해야 한다”며 아기에게 ‘연비’를 하는데도 막지 않았다. 연비는 향에 불을 붙여 몸을 지지는 행위를 말한다. 이 때문에 아기는 별다른 치료도 받지 못하고 다음 날 사망한 채 발견됐다. 숨진 아기를 발견하자 두 사람은 시신과 아기용품을 경북 경산의 한 야산에서 태웠다.

A 씨와 가족은 2003년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낸 탓에 가세가 크게 기울었을 때 B 씨를 알게 됐다. A 씨와 가족은 “방생 기도를 하지 않으면 더 큰 화가 찾아온다”는 B 씨의 말을 듣고 빚까지 내서 전국 사찰을 찾아다니며 기도했다. B 씨가 “가족이 서로 영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자 가족은 연락을 끊고 지낼 정도로 복종했다.

빚 독촉에 시달리던 A 씨는 2009년 B 씨의 소개로 한 사찰에 몸을 숨겼고, 그곳에서 B 씨의 사촌 동생인 C 씨와의 사이에서 아기를 낳았다.

김 판사는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에게 필요한 의료 조처를 하지 않았다. B 씨와 공모해 어른조차 견디기 어려운 종교 행위를 하고 보호하지 않아 숨지게 해놓고도 시신까지 훼손해 죄책이 무겁다”고 판결했다. B 씨는 2011년 사망해 기소되지 않았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