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 거액 기부자 접수 결과
- 작년 4명인데 올해는 신청 전무

이른바 ‘어금니 아빠’로 불리는 이영학이 저지른 사건을 비롯해 후원금 유용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개인이 베푸는 온정과 나눔의 손길이 뜸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올해 현재까지의 개인 후원자 모금액이 약 41억4000만 원으로 지난해의 80% 수준에 그쳤다고 17일 밝혔다. 특히 개인 후원자 모금액은 지난 4월부터 매월 예년 모금액 수준을 밑돌았다. 올해 4~11월 모금액은 23억68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5억9900만 원의 65.8%에 그쳤다. 이달 현재까지의 모금액도 1억4600만 원으로 지난해 12월 전체 모금액의 30.6%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개인 이외에 법인, 기타(아파트 주민, 동호회 등 단체 기부) 모금액을 합산해도 올해 135억9050만 원으로 지난해 141억4890만 원에 미치지 못한다.

일반 시민의 후원금이 줄자 이를 근거로 운용되는 지역 복지관과 장애인·노인 후원기관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장애인·노인 후원기관 관계자는 “지난해 1억 원 상당 기부 물품이 들어왔지만 올해 6800만 원으로 줄었다”며 “생활관리사 등 현장 인력이 후원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뛰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후원 물품이 줄어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복지관에서는 “인근 상인이나 아파트 주민이 십시일반으로 마련한 후원이 올해 아예 없거나 액수가 예년의 70% 정도로 줄었다”고 털어놨다.

이들 기관은 장기불황은 물론 ‘이영학 사건’으로 대표되는 후원금 유용 사건이 시민 기부 문화에 찬물을 끼얹는다고 입을 모았다. 여중생인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지난 10월 구속된 이영학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거대백악종’이라는 희소병을 앓던 딸의 수술비 명목으로 기부받은 약 12억 원 가운데 10억 원이 넘는 돈을 유용한 혐의를 받는다.

이영학 사건 외에도 지난 8월에는 아동·청소년복지기관을 표방하던 ㈔새희망씨앗에서 시민 4만9000여 명에게서 받은 128억 원을 대부분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월 장애인 복지시설을 세워 후원금 명목으로 3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봉침 목사’는 최근에는 아동을 학대한 정황까지 드러나 추가 입건됐다.

이 같은 ‘기부 포비아’(후원 기관을 불신해 기부하지 않는 분위기) 확산은 부산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불특정 다수 시민을 대상으로 1000만~10억 원의 기부금품을 모집하겠다는 신청은 지난해 4건이었으나 올해는 하나도 없었다. 시 관계자는 “작년에는 위안부 소녀상 건립, 역사문화관 설립 등과 관련해 기부금품 모집 신청이 4건 들어왔다”며 “올해 이런 모집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기부금품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