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명여중 문예반도 쌀 기부 계획

최근 부산지역에서 기부금이 줄자 이를 안타까워해 돈을 내거나 물품을 모으는 이들이 있다.

박보영 변호사가 국제신문 기자와 만나 기부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법무법인 정인 제공

“이영학(어금니 아빠) 때문에 기부금이 줄었다고요?” 법무법인 정인의 박보영(38·사법연수원 40기) 변호사는 최근 이동점 남광아동복지원장에게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들었다. 이 원장은 ‘어금니 아빠’ 사건 이후로 기부문화가 위축된 탓에 가뜩이나 넉넉지 않았던 살림이 더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박 변호사가 인연이 있는 사회복지단체에 문의해보니 모두 똑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다. 박 변호사는 그 길로 남광아동복지원과 한결재단, 부산장애인직업시설에 총 1000만 원을 기부했다.

그간 조용히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이런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린다. 박 변호사는 “실은 나도 ‘어금니 아빠’라든지, 비슷한 기부금 횡령 뉴스를 보면 실망한다. 하지만 일부 때문에 공인된 복지기관까지 어려워해선 안 된다. ‘내 기부금이 제대로 쓰일까’ 이런 불안감을 씻어주고 ‘나누는 기쁨’도 알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지난해 저소득층 여성 생리대 지원사업에 써달라며 300만 원을 냈고, 모교인 대동고 후배들에게도 장학금을 전달했다. 성적이 좋은 학생이 아닌 공부할 의지가 충만한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았다. “장학금을 어머니 치료비로 썼다” “내게도 신경을 써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다”며 후배들이 보낸 편지에 눈물을 삼키기도 했다.

박 변호사도 가난했던 학생 시절 받았던 도움을 잊지 못한다. 그의 집안은 부유한 편이었지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중학교 때부터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중학생이었을 때 빚쟁이를 피해 집을 나간 아버지를 대학생이 돼서야 만났을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고시 공부를 할 땐 공부 말고는 시간을 투자하기 힘들었던 탓에 칠판 닦기와 채점 알바 등을 했지만 경제적으로 버텨내기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도움을 요청했고, 운봉장학회 등의 도움으로 사법고시 합격의 기쁨까지 누렸다.

그는 50세 이전에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꿈을 갖고 있다. 1979년 부산출생인 박 변호사는 부산 대동고등학교, 부산대학교 법학과(98학번)를 졸업하고 2011년부터 법무법인 정인의 변호사로 활동한다.

또한 부산진구 덕명여중 문예반 학생 26명은 쌀을 모으고 있다. 문예반 담당 신수정 교사는 “전반적으로 기부가 줄어드는 상황을 이야기하던 중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이를 제안했다”며 “화요일(19일)까지 쌀을 모아 주민센터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철욱 김민주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