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공사·출연기관 등 총 25곳

- 공직자윤리법 적용 기관 단 3곳

- 임추위, 시·시의회 추천 인사로

- 퇴직 공무원 내정 논란 되풀이

- 시민 참여·견제장치 마련 시급

차기 부산도시공사 사장에 부산시 김영환 경제부시장이 사실상 내정되면서 ‘관피아’ 논란이 재점화한 가운데 임원 추천과 관련한 여러 제도적 허점이 관피아를 양산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 공기업 및 기관이 ‘관피아 천국’이 되지 않게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게 나온다.

14일 부산시에 따르면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공무원의 취업을 제한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4급 이상 공무원(감사, 인허가, 지도단속 등 부서는 7급 이상)이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기관의 업무가 재정보조, 감독, 검사·감사, 조세 부과 등 업무에 해당하면 퇴직일로부터 3년 동안 취업을 제한한다. 

하지만 이러한 공직자윤리법의 적용을 받는 부산지역 공기업 및 기관은 부산교통공사, 부산시설공단, 부산테크노파크 3곳에 지나지 않는다. 인사혁신처 고시를 보면 ‘안전감독, 허가 규제 또는 조달 업무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유관단체’는 퇴직 공직자의 취업을 제한한다고 나와 있다. 교통공사와 시설공단은 안전감독을 해야 하는 공기업이고, 재단법인 테크노파크는 인허가 규제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라는 설명이다.

이들 3곳을 제외하고는 퇴직 후 직무 연관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데 별다른 제약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된다. 부산에는 현재 6개 공사·공단과 19개 출자·출연기관이 있는데 대부분 제한이 없다는 의미다.

현재 공기업이나 출자·출연기관의 사장(기관장) 또는 본부장 등 주요 임원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선정하도록 돼 있다. 임추위가 복수의 후보를 추천하면 시장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임추위가 퇴직 공무원 쏠림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임원을 적절히 구성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사실상 힘든 구조라는 지적이 있다. 가령 부산도시공사와 교통공사의 경우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시 추천 2명, 공사 추천 2명, 시의회 추천 3명 등 총 7명으로 임추위를 구성한다. 부산의료원은 지방의료원법에 따라 시 추천 2명, 시의회 추천 1명, 의료원 추천 4명 등 7명으로 임추위가 꾸려진다. 현행법상 시와 시의회, 해당 기관 추천자로만 임추위를 구성해 시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다.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자연스레 퇴직 공무원의 ‘천국’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산시 관계자는 “법적으로 임추위 구성이 제한적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시의회 추천 위원을 통해 어느 정도 견제가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의회 추천 위원 수도 일부 기관에서는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법 개정을 통해 시의회 추천 수를 늘리거나 임원 추천 위원의 구성을 학계, 법조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으로 넓혀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부산참여연대 김종민 공동대표는 “공기업이나 출자·출연기관은 시와 소통할 인물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손쉽게 퇴직 공무원을 선호하지만 이는 행정편의적이고 구시대적 사고”라며 “특정 출신을 적절히 견제하려면 각계각층의 시민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