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획득한 칩으로 술 주문 가능해

- 당국은 불법행위 간주해 단속
- 유무죄 놓고 재판도 진행중

“가벼운 마음으로 친구와 왔는데 어느 틈엔가 도박게임에 빠져들었습니다.”

지난 10일 오후 8시께 부산 서면의 A 카지노펍에서 만난 김모(30) 씨의 고백이다. 주점에는 맥주와 함께 게임을 즐기려는 남성과 연인으로 북적였다. 주점 내에는 강원랜드에서나 볼 법한 블랙잭 바카라 룰렛 홀덤 테이블이 있었다. 이처럼 카지노의 도박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주점은 서면에만 3곳이 있으며 광안리와 해운대 덕천동 등지서도 성업 중이다.

A 카지노펍은 1인당 입장료 9900원을 내면 1만이 적힌 칩 1개와 원하는 음료(맥주 등) 한 잔을 마실 수 있다. 받은 칩은 실제 카지노와 똑같이 게임을 할 수 있다. 술과 안주를 더 시키면 그 가격만큼 칩을 더 준다. 매시 정각에 게임을 시작해 40분이 되면 끝나고 딜러와 손님은 20분간 휴식한다. 최저 2000칩에서 10만 칩까지 베팅할 수 있다. 게임에 이겨 딴 칩으로 가게에서 파는 술과 안주를 주문할 수 있었다. 다만 이때 본래 가격의 30배에 해당하는 칩을 내야 한다.

김 씨는 이날 입장하면서 받은 1만 칩을 1시간 만에 다 써버리고 맥주 2잔을 더 주문했다. 김 씨는 5만 칩까지 땄지만 이후 네 판 만에 모든 칩을 잃었다. 김 씨처럼 처음 카지노펍에 들른 고객도 있지만 수십만 칩을 들고 다니면서 바카라 블랙잭 홀덤 등 여러 종류 게임을 즐기는 단골손님도 있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최이순 부산센터장은 “거액을 걸고 이뤄지는 도박은 아니지만,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재미로 시작했다가 더 큰 도박에 중독되는 관문 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카지노 콘셉트의 주점은 도박 중독 등 사행성 논란이 제기될 뿐만 아니라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식품위생법상 영업자는 업소 안에서 도박이나 사행행위를 방지해야 한다. 만일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일부 카지노펍은 도박이나 사행행위를 방지하기는커녕 도리어 이를 권장했다. 지난 8월에도 부산경찰청 생활질서계가 A 카지노펍 등을 단속해 담당 자치단체에 행정처분을 하라고 통보했지만 이들 업체는 여전히 성업 중이다. 경찰은 해당 카지노펍에서 딴 칩으로 맥주나 안주를 사 먹을 수 있으면 사행행위가 된다고 본다. 부산진구 김수일 식품위생 담당은 “경찰에 적발된 사업자가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행정처분을 미뤄달라는 의견을 밝혀 1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며 “유죄가 되면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해당 카지노펍 관계자는 “카지노 게임은 고객에게 이색적인 재미를 주는 서비스에 불과하다”며 “실제로는 게임에서 딴 칩으로 술과 안주를 살 수 없는데 직원이 잘못 안내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