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최대 사업장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의 노사관계가 연말로 접어들면서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올해 협상을 놓고 현대중 노조는 매일 교섭을, 현대차 노조는 매일 파업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10일 울산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7일 박근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위원장)은 취임식과 함께 전례 없는 교섭 연내 타결을 위한 선포식을 했다. 이 자리에서 박 지부장은 “앞으로 매일 교섭을 원칙으로 하고, 타결될 때까지 본교섭과 실무교섭, 대표자 교섭을 병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지난 1일 박 지부장은 당선자 신분으로 강환구 현대중 사장을 만났다. 이어 분사로 인해 공동교섭을 해야 하는 주영걸 현대일렉트릭 사장과 윤중근 현대로보틱스 사장, 공기영 현대건설기계 사장 등을 차례로 만났거나 만날 예정이다. 협상 연내 타결을 위해서다.

박 지부장은 연내 타결 선포식에 앞서 열린 취임식에서도 “지난 3년간 창사 이래 가장 힘들었던 구조조정 과정을 겪었다”며 “냉각된 노사관계를 새롭게 변화시키고 조합원들의 뜻에 맞게 협상해 반드시 연내 타결을 이뤄내겠다. 미완성된 노조 체계를 확립하고 임금체계와 산별노조 정착 등 공약을 차근차근 이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박 지부장을 중심으로 한 현대중 노조 신임 집행부가 교섭 연내 타결 의지를 강력하게 나타내고 있어 지난 2년간 이어져 온 노사 갈등이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노동계는 전망하고 있다.

반면 지난달 출범한 현대차 노조의 새 집행부는 교섭 난항을 이유로 지난주 4일 연속 부분파업을 벌인 데 이어 11일부터 매일 파업을 벌이겠다며 회사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부분파업 수위와 강도도 더욱 높이고 있다. 게다가 회사와의 교섭은 물론 부문별 노사협의마저 중단하면서 노사관계는 더욱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 노동계에서는 벌써 현대차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연내 타결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올해 교섭과 관련한 노조의 8차례 파업으로 회사는 지금까지 4만3000여 대의 차를 생산하지 못해 8900억 원의 생산손실을 입었다.

노동계 관계자는 “끝이 보이지 않던 현대중 노사관계는 새 집행부 출범으로 급해빙모드로 전환된 반면 현대차는 급속도로 결빙되고 있다”며 “임금은 물론 단협안 곳곳에 회사가 수용하기 벅찬 요구들이 많은데 노조는 압박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어 협상 장기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